한국과 달리 세계 주요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세 부담을 낮추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인의 재산 처분, 해외 도피 등을 초래해 궁극적으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7일 상속세 폐지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미 행정부·백악관·의회 지도부 6인은 공동성명에서 “미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세제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상속세를 폐지하기로 한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13개국이 상속세를 없앴거나 부과하지 않고 있다. 1972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호주(1979), 이스라엘(1981), 뉴질랜드(1992), 포르투갈·슬로바키아(2004), 멕시코·스웨덴(2005), 오스트리아(2008), 체코·노르웨이(2014) 등이 잇달아 상속세를 폐지했다.

OECD 비회원국 중에는 싱가포르가 2008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홍콩 중국 러시아에도 상속세는 없다. 최근 세계적인 벤처기업을 잇달아 키워내 유럽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메카’로 부상한 에스토니아 또한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다.

이들 국가가 상속세를 폐지한 것은 전체 세수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 남짓한 상황에서, 굳이 적은 상속세 수입을 얻기 위해 국부 유출 등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상속세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시행으로 조세 인프라가 확충된 만큼 캐나다처럼 상속을 양도로 간주하고 취득가액과 양도가액 간 차익에 과세하는 자본이득세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나 독일처럼 상속세 공제금액을 높이고 최고세율을 낮추거나, 캐나다식 자본이득세로 개편할 경우 연간 6만~11만 개 일자리가 새로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도 0.14~0.28% 증가가 예상됐다. 반면 총세수 감소 추정치는 연간 7000억~1조3800억원에 그쳤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