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굴기'…미국 크라이슬러까지 삼키나
중국 자동차산업이 대륙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질주하고 있다. 자금난에 빠진 해외 자동차 기업과 부품업체를 야금야금 사들인 데 이어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빅3’ 회사 인수도 추진하고 나섰다. 신흥국에는 공격적으로 생산공장을 지어 현지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창청, 둥펑, 지리차 등이 관심

중국 '자동차 굴기'…미국 크라이슬러까지 삼키나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인 오토모티브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자동차 업체가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잘 알려진 중국 자동차 기업의 대표단이 지난주 미시간주에 있는 크라이슬러 본사를 찾아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시한 가격과 프리미엄이 시장 가치보다 적은 데다 인수 조건도 맞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크라이슬러 인수를 위해 실사하고 있는 다른 대형 중국 자동차 기업 대표를 만나려고 크라이슬러 경영진이 중국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을 찾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 최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조업체인 창청자동차를 비롯해 둥펑자동차, 지리자동차, 크라이슬러의 중국 측 합작 파트너 광저우자동차그룹(GAC) 등이 거론된다.

크라이슬러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자동차와 함께 미국 빅3 자동차 회사로 꼽힌다. 금융위기 충격파를 맞아 2009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40억달러(약 4조5600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2014년 이탈리아 피아트가 인수한 뒤 다음해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이후 줄곧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언론은 중국 자본이 협상 과정에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돼 크라이슬러가 중국 기업에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자금력 앞세워 해외 M&A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인수하며 덩치와 기술력을 키웠다. 올해 상반기 55억달러를 투자해 자동차 제조·부품 분야에서 여덟 건의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했다. 2008년 이후 해외 자동차산업에 쏟아부은 자금이 340억달러에 달한다.

해외 M&A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지리차다. 2010년 미국 포드에서 스웨덴 볼보를 15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어 지리차는 지난 5월 말레이시아 국영 자동차 회사 프로톤 지분 49%와 영국 스포츠카 제조업체 로터스도 사들였다. 지난달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플라잉카)’를 개발한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테라푸지아도 집어삼켰다.

베이징자동차는 2009년 스웨덴 자동차 회사 사브의 2개 차종 생산설비와 지식재산권을 인수했다. 사브 인수로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둥펑차는 2014년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 지분 14%를 매입해 3대 주주에 올랐다.

중국 자동차 업체는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리차는 남미의 브라질과 우루과이,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와 이집트, 유럽의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동남아시아의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인도와 이란에 생산공장을 세웠다.

해외에 12개 생산공장을 둔 창안차도 최근 이란, 러시아, 브라질에 7개 생산라인을 추가했다. 15개 해외 공장을 보유한 치루이자동차는 최근 브라질에 새로 공장을 지었고, 장화이자동차는 해외에 부품조립(KD) 공장 12개를 세웠다.

中 정부가 해외 공략 적극 지원

중국 자동차 기업의 글로벌 시장 공략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선진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내용의 ‘자동차산업 장기 발전 방안’을 마련했다. 2025년까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 회사 8~10곳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중국 자동차 기업이 M&A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며 “공격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세계 자동차업계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