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상반기 은행에서 공인인증서 사라진다
지난해 11월 출범 이후 진전이 없던 은행권 블록체인 사업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권은 다음달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 사업자를 선정해 내년 2월께 ‘공동 인증’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내년 2분기 블록체인 기반의 본인인증이 상용화되면 금융 소비자들은 공인인증서를 은행별로 등록하지 않고 ‘공동 본인 인증서’를 한 번만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다.

◆18개 은행, 블록체인 공동 구축

은행권 블록체인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은행연합회 주도로 출범했다. 당시엔 16개 은행과 금융결제원, 금융보안원 등이 참여했다. 이후 K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2곳까지 가세했다.

블록체인은 시스템 참여자들이 거래정보를 기록, 검증, 보관하고 공인된 중개기관 없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분산형 장부 기술이다. 단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거래시스템은 누구나 제한 없이 참여하는 개방형이지만 은행권 블록체인은 접근이 허용된 사용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폐쇄형 시스템에 해당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중앙서버에 거래정보를 보관하지 않고, 블록 단위로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해커 공격이나 위변조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은행들은 금융결제원 등 중개기관 없이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거래내역 검증, 관리 대가로 중개기관에 내는 수수료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인인증서 대체할까

이렇게 구축한 은행권 블록체인 시스템은 ‘공동 인증’ 서비스에 처음 적용된다. 은행들의 고객 인증 정보를 디지털 공유 장부인 블록체인에 저장해두면 금융 소비자들은 하나의 인증서로 간편하게 본인인증을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A은행에서 발급받은 공인인증서는 다른 은행에서 사용하려면 별도로 등록해야 해 불편하고 번거롭다.

지난 1일 은행연합회는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자 선정 공고를 냈다. 다음달 시스템통합(SI) 사업자를 선정한 뒤 5개월간 시스템 구축사업을 거쳐 내년 2월 중순에는 공동 인증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내년 2분기 내 일반 금융거래까지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일반 공인인증서와 달리 블록체인 기반으로 본인인증이 가능해지면 복잡한 비밀번호 없이 PIN번호나 생체인증만으로 간편하게 인증할 수 있다”며 “매년 인증서 유효기간을 연장하거나 갱신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는 당초 지난 6월께 블록체인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석 달가량 늦어졌다. 네트워크 선정 방식을 두고 금융당국과 은행권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금융당국은 개인정보 보안 문제를 거론하며 은행전용 VPN(가상사설망)을 주장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향후 사업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인터넷망을 활용한 시스템 구축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채 시스템 구축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은행권은 공동 인증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 인증 서비스가 정착되고 나면 해외 송금, 결제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 부문에 활용할 수 있다”며 “금융회사는 거래정보 관리와 보안대책에 드는 막대한 전산비용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재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가 별도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은행, 증권 등 업권별 인증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어 범금융권 공용 인증서로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