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54% 급증…경찰, 첫 전국 수사망 가동
올 들어 산업기술 유출 검거 건수가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한 해 유출 건수도 200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14일 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센터에 따르면 최근 4개월(4~7월)간 적발된 산업기술 유출은 60건, 검거 인원은 139명에 달했다. 발생 건수로 볼 때 전년 동기보다 54% 급증한 규모다. 기술 유출은 해마다 100건 안팎이 적발되지만 이 추세라면 올해는 200건 수준으로 급증할 것이란 분석이다.

기업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급 기술의 유출이 다수 확인된 점도 특징이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은나노와이어 제조기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증착기술 등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특급기술의 유출 시도가 올 들어 연이어 적발됐다.

내부자나 마찬가지인 퇴직 직원의 범행 비율이 73%로 압도적이었다. 퇴직 후 경쟁 업체에 돈을 받고 기술을 넘기거나, 빼돌린 기술로 창업하는 사례가 다수였다. 유출 범행의 79%는 이메일이나 외장메모리 등을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기술(IT) 발달로 기술 빼돌리기가 한결 쉬워졌다는 의미다.

피해 업체 열 곳 중 네 곳은 기술 유출을 확인한 뒤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허청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원천기술 보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입증이 어렵고 재판과정이 길다는 인식 탓에 적극적인 대처가 안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찰청은 지난 2월 산업기술유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관련 범죄를 집중 수사 중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