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이중 잣대가 도마에 올랐다. 안방보험그룹, 다롄완다그룹, 하이난항공(HNA)그룹, 푸싱그룹이 무분별하게 해외 기업을 사들였다는 이유로 지난 4월부터 당국의 집중 조사를 받는 것과 달리 이들 기업 못지않게 공격적으로 해외 기업을 인수한 중국화신에너지(CEFC)는 문제삼지 않아서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CEFC는 지난 2년간 최소 29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해 11개 해외 기업을 인수했다. 2015년부터 루마니아,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 아프리카 차드의 에너지 관련 기업 M&A에 17억달러를 쏟아부었다. 12억달러를 들여 체코와 미국 금융서비스 회사도 인수했다.

당국이 CEFC의 M&A를 규제하지 않는 것은 정부 정책,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SCMP는 분석했다. 집중 조사 대상이 된 기업들이 엔터테인먼트, 부동산 분야 기업을 주로 사들인 데 비해 CEFC는 대부분 석유 및 가스 관련 기업을 M&A했다. 인수 대상 기업이 있는 국가도 일대일로 경로에 포함되는 곳이다. 이 덕분에 CEFC는 당국의 규제망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오히려 정부에서 M&A 자금을 지원받았다고 SCMP는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