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수급 연 1만건 넘어… 빈곤 탈출보다 정부 의존 '도덕적 해이' 우려
건축업체 사장 A씨는 2012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업체를 운영하면서 매달 고액의 소득을 올렸지만 소득액을 허위로 신고해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등 기초생활급여 2860만원을 부정수급했다. 2013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정부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건 중 기초생활급여 부정수급 사례다. 이런 부정수급 사건만 187건에 달했다.

정부가 10일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통해 부양의무자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기초수급자를 3년간 89만 명 늘리겠다고 밝힌 데 대해 ‘부정수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도 소득이나 취업 사실 등을 숨기고 기초수급 보장 혜택을 받는 경우가 빈번한데, 빈틈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복지급여 부정수급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기초생활보장 부정수급 건수는 2013년 8418건에서 2014년 8927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5년엔 1만3496건으로 증가했다. 부정수급액 역시 2013년 75억원에서 2014년 99억원, 2015년 146억원으로 늘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부양의무자 가구에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이나 장애인연금을 받는 장애인이 있으면 수급자에게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실태조사 결과에선 기초연금 부정수급과 장애인연금 부정수급도 2015년 기준 각각 920건, 79건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소득을 숨긴 채 기초연금이나 장애인연금을 받는 데 이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기초수급까지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복지부가 수급자 소득과 재산 변동을 명확하게 알기 위해선 금융재산 정보까지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수급자를 늘리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번 수급자가 되면 수급자격을 잃지 않기 위해 좀처럼 빈곤 탈출 노력을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에 따르면 6년 이상 기초수급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48.4%에 이른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