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최근 10년 동안 법인세율을 평균 2.51%포인트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율을 내린 국가 수가 올린 국가의 세 배를 넘을 만큼 압도적으로 많았다.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이 중심이 돼 인하 경쟁에 나선 결과다. 통상 개발도상국일수록 세제 혜택으로 자국 기업을 육성하고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낮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제는 너 나 할 것 없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글로벌 기업 유치 전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한국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기로 한 결정이 해외 언론 등에서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대한민국 세금 대해부] OECD국가 법인세 2.51%P 내렸는데… 거꾸로 가는 한국
영국, 11%P 낮춰…더 내린다

10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해 OECD 35개 회원국의 지난 10년간(2007~2017년) 법인세율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이 기간 평균 세율은 24.85%에서 22.34%로 낮아졌다. 영국 독일 캐나다 덴마크 스웨덴 일본 등 19개국이 법인세율을 내린 반면 올린 국가는 칠레 그리스 아이슬란드 멕시코 포르투갈 슬로바키아공화국 등 6개국에 불과했다. 호주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10개국은 세율을 유지했다.

영국은 같은 기간 법인세율을 30%에서 19%로 11%포인트나 내렸다. 2020년까지 17%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해 영국산업연맹 콘퍼런스에서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룩셈부르크는 지난 10년 새 법인세율을 22.88%에서 20.33%로 인하한 데 이어 내년에는 18%대로 내린다는 계획이다. 네덜란드는 최고세율을 25.5%에서 25%로 소폭 내린 가운데 추가적으로 최저세율 적용 구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내년에는 최저세율 20% 적용구간을 과세소득 20만유로 이하에서 25만유로 이하로, 2020년에는 30만유로, 2021년에는 35만유로로 높인다는 목표다.

법인세율을 올린 국가들은 대부분 재정 위기나 천재지변 등을 맞아 단기 세수 증대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는 2013년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등의 구조조정 요구에 따라 법인세율을 20%에서 26%로 올렸고 지난해에는 다시 29%로 인상했다. 아이슬란드도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2010년 법인세율을 15%에서 18%로, 이듬해에는 20%로 올렸다. 칠레는 2011년 지진과 해일의 피해 복구를 명목으로 17%에서 20%로 인상했다.

기존 인상 국가들도 인하 행렬

그동안 법인세율을 올렸거나 기존 수준을 유지해 온 국가들도 인하 행렬에 동참하는 추세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법인세율을 유지한 미국은 현재 35%인 세율을 20~25% 수준으로 낮추는 감세안을 추진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원안은 15%까지 낮추는 것이었지만 재정적자 우려로 그나마 후퇴했다. 프랑스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공약대로 현재 33.3%인 법인세율을 2022년까지 25%로 낮출 계획이다.

벨기에도 지난달 법인세율 인하를 결정했다. 현행 33.99%인 법인세율을 내년에 29%로 인하하기로 했다. 2020년에는 25%까지 끌어내릴 계획이다. 포르투갈은 2011년 25%에서 27%로, 이듬해에는 30%로 올렸지만 2015년 28%로 내린 데 이어 현재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지난 3일자 ‘서울이 보기 드문 법인세율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1991년 이후 처음으로 법인세율 인상안을 포함시켰다”며 “출범한 지 3개월 된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율 인하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반기를 들었다”고 논평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