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음 울리는 경기

기업 혁신·민간소비 위축…경기변동성 OECD 최저수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경기변동성이 금융위기 이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 활동이 줄어든 가운데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은행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기변동성 축소에 대한 재평가’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변동성은 위기 이전(2000∼2007년)과 비교해 평균 0.9배이지만, 한국은 0.48배로 분석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활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이라는 의미다.
활력 잃어가는 경제

이런 변동성 축소는 GDP 증가율은 물론 GDP 순환변동치, 경기동행지수 등 모든 주요 경기지표에서 나타났다. 한국의 경기변동성 축소 요인을 GDP 지출 부문별로 보면 민간 소비(0.52배)와 재고 투자(0.78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민간 소비와 투자 측면에서 활력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통상 경기변동성이 줄어드는 건 경제가 발전하고 경기 조절 기능이 향상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와 다른 경우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은 기업의 혁신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재고관리 기술이 좋아지고 경제 구조가 발전하면서 경기변동성이 낮아졌다. 하지만 한국은 기업의 혁신 활동과 경제주체의 소비·투자 성향이 모두 떨어진 데 따른 것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국 가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커진 데다 빚 부담에 노후 불안까지 맞물려 저축을 크게 늘렸다. 소득이 늘어도 소비 대신 저축을 더 많이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결과 2010~2015년 한국의 가계 순저축률 상승 폭은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컸다.

생산성 둔화 속도가 주요국 중 최고 수준으로 가파르다는 점도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꼽혔다. 2011~2015년 한국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둔화 폭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컸다. 한은은 경기적 요인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고착화, 서비스업 고도화 지연, 한계기업 구조조정 지체 등이 겹쳐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제약됐다고 지적했다.

이홍직 한은 동향분석팀 차장은 “미국도 대완화기(great moderation, 1980년대 중반~2007년)에 한국 경제처럼 GDP 변동성이 줄었지만 기업 혁신과 시장경쟁 확대에 따라 생산성은 증대됐다”며 “일자리 창출을 통한 가계의 안정적 소득 기반 확충, 기업의 혁신 역량 강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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