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과 극이다. 고용 인원 124만 명의 100조원대 지식 서비스산업이자 은퇴자들의 안전망 역할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가맹본부의 갑질과 폭리로 ‘을의 눈물’을 짜내는 주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프랜차이즈산업 갑질 근절 대책’을 내놓고 고강도 조사에 들어갔다. 5000개가 넘는 브랜드의 물류 마진, 원가 등을 조사 중이다. 프랜차이즈 관련 법안도 연내 23개가 입법 예고돼 있다.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은 “40년 성장한 산업을 단기간에 뜯어고치는 것은 무리지만, 개혁 필요성에는 업계가 공감하고 있다”며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프랜차이즈산업이 3개월 뒤 자구안을 내놓고 새롭게 도약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영우 기자 oungwoo@hankyung.com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프랜차이즈산업이 3개월 뒤 자구안을 내놓고 새롭게 도약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영우 기자 oungwoo@hankyung.com
▷자정안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공정위에 10월까지 혁신안을 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맹점주협의회가 함께 참여하는 혁신위원회를 오는 9일 발족시킬 예정이에요. 혁신위원장으로는 국내 1호 유통학 박사인 최영홍 고려대 로스쿨 교수(한국유통법학회장)를 모시기로 했습니다.”

▷10월까지로 정한 이유가 있습니까.

“올해 말 가맹사업법 개정이 예정돼 있습니다. 입법 심의과정에 반영되도록 10월을 데드라인으로 정했어요. 1400개 회원사로부터 서면으로 자정안을 받았고, 업종별 로드맵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자정안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갑질하지 말라’ ‘폭리 취하지 말라’입니다. 이를 위해 정률제 로열티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데 공정위와 협회가 뜻을 같이했어요. 정률제 로열티는 가맹점 매출의 일정 비율을 가맹본사에 내는 것입니다. 가맹점 매출이 오르면 본사 수익도 늘고, 가맹점이 힘들면 본사도 어려워지지요. 상생형 모델입니다. 또 ‘호식이 방지법’으로 불리는 징벌적 손해배상도 자체 보완 제도를 고민 중이에요. 가맹점주공제조합과 불공정행위 감시센터, 영세 가맹본부를 위한 통합물류센터 등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로열티 모델은 왜 지금까지 자리잡지 못했나요.

“과열 경쟁 때문이었습니다. 본사가 가맹점을 모집하면서 가맹비, 교육비, 로열티를 안 받는 관행이 생겼어요. 그래서 로열티 제도는 성숙하지 못했고 재료비, 인테리어비 등에 의존하는 형태로 발전했지요.”

▷100% 로열티 구조로 바꿀 수 있다고 봅니까.

“유통마진을 아예 없애고 정률제 로열티를 전격 도입하는 건 무리예요. 지금까지 로열티를 안 내던 가맹점에는 로열티가 또 다른 부담일 수 있습니다. 점진적 변화가 필요해요. 세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첫째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자율적으로 절충하는 방법입니다. 현실적인 방안이죠. BBQ처럼 원가를 다 공개하고 로열티 100%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도 본사와 가맹점이 합의만 한다면 문제는 없어요. 마지막으로 현재 가맹 계약을 본사와 가맹점 모두가 만족스러워하는 곳은 지금처럼 하면 됩니다. 명목을 로열티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어요.”

▷(공정위가 제시한) 유통마진, 원가 공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유통마진, 원가 공개는 사실 공정위가 ‘본사의 폭리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입니다. 낱낱이 공개하겠다는 뜻이 아니었어요. 다만 산업 전체를 국민이 불신하기 때문에 조사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취지였지요. 통행세, 리베이트, 폭리 의혹 등이 많기 때문에 마진 구조나 산업의 민낯을 공정위가 확인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공정위의 오해를 없앨 수 있습니다.”

▷자정안이 구속력이 있습니까.

“갑질 근절, 폭리 근절 등 자정안의 두 가지 핵심은 비즈니스의 기본입니다. 이 방향에 대해 반대하는 회원사는 한 곳도 없어요. 로열티 구조도 가맹점주협의회가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뭔가요.

“지금껏 이 산업에는 진입 장벽이 없었습니다. 2003년 제정된 가맹법도 허술해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지 않고도 가맹점을 네 개까지 모집할 수 있어요. 잘되는 브랜드가 하나 나오면 카피하는 ‘떴다방’식 브랜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전체 브랜드 중 56%가 직영점 하나 없어요. 브랜드 둘 중 하나는 간판만 갖고 사업한다는 얘깁니다. 직영점을 1~3년간 잘 운영할 경우 가맹 허가를 내준다든가, 특정 기관의 인증제 등을 통해 유령 프랜차이즈를 없애는 게 시급합니다.”

■ 박기영 회장은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미국 위트워스대를 졸업하고,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1992년 영유아 놀이 프로그램과 입체자석교구 맥포머스를 만드는 짐보리를 한국에 들여와 한국짐보리짐월드를 설립했다. 현재 전국 짐보리센터는 29개다. 3차원 입체자석교구 맥포머스를 60개국에 수출도 한다. 그는 지난 1월 제6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에 취임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