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맛과 멋… 서울서도 찾는다
한라산 소주는 제주 토종기업 한라산이 만든 소주다. 제주산 밭벼와 천연 암반수를 사용해 주조한 이 술은 제주에서 횟집을 찾은 관광객이라면 ‘꼭 마셔봐야 할 술’로 통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이 소주의 판매 증가에 효자역할을 한 것은 제주가 아니라 서울 등 다른 지역이었다. 작년 제주에서 판매된 한라산 소주(360mL 기준)는 5년 전과 비교해 1.98% 감소한 반면 도외 판매는 6배 급증했다. 제주를 여행하며 접했던 제품을 소비자들이 집에 돌아와서도 찾는 이른바 ‘제주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효과를 겨냥해 제주 관광객을 위한 체험형 매장을 내는 식품·유통기업이 늘고 있다.

◆제주에 매장 내는 기업들

한라산 소주는 1996년 소주판매지역 제한법이 완전히 풀린 뒤 2000년대 들어 제주 이외 지역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은 자기 지역 소주나 참이슬, 처음처럼을 놔두고 굳이 한라산 소주를 마시지 않았다.

최근 몇 년 새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마트 롯데마트에 이어 창고형 할인매장인 롯데빅마켓이 지난달부터 한라산 소주를 팔기 시작했고, 이 소주를 취급하는 음식점도 전국에 수백여 곳으로 늘었다. 제주를 ‘추억’하며 이 술을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란 게 유통업체들의 설명이다.

전략적으로 제주를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 4월 바나나맛우유 플래그십 스토어인 ‘옐로우카페’ 2호점(사진 왼쪽)을 제주에 열었다. 지난 3개월간 하루 평균 600~800명, 주말에는 1500여 명이 이 카페를 방문했다. 휴가철인 7월 들어 방문객 숫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작년 3월 문을 연 동대문점에 이어 2호점을 낼 장소를 정하는 데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며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 자연친화적인 느낌 등을 내세울 수 있어 서울 중심상권이 아니라 제주를 택했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도 지난 4월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한 ‘제주탑동점’(오른쪽)을 열었다. 화장품 등을 파는 기존 매장과 달리 이곳에선 화장품 쇼핑과 함께 신진 아티스트들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다양한 강좌도 들을 수 있다. 1층은 제주콘텐츠를 활용한 체험 공간으로 꾸몄고, 2층을 화장품 등의 쇼핑 공간으로 구성했다.
제주의 맛과 멋… 서울서도 찾는다
◆“제품·이미지 홍보하기 좋아”

최근 인기가 높아지는 수제맥주 업체들도 앞다퉈 ‘물 좋은’ 제주에 둥지를 틀고 있다. 제주맥주는 지난달 제주에 국내 최대 수제맥주 양조장을 짓고 ‘제주 위트에일’ 판매를 시작했다. 이 양조장을 술을 마실뿐 아니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관광지로 개발한다는 목표다.

제주맥주는 우선 제주에서만 제품을 판매한 뒤 점차 서울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 경리단길 ‘피맥(피자+맥주)’ 유행을 일으킨 맥파이 브루어리, 제주지앵 브루어리, 제스피 브루어리 등도 제주에 브루펍(양조장을 갖춘 펍)을 세우고 제주를 드나드는 관광객을 공략 중이다.

식음료 업체들이 제주에 집중하는 것은 전국 각지에서 제주를 찾는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다양한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브랜드를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작년에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724만 명으로 전년보다 30% 늘었다. 여행지에서의 체험은 ‘좋은 추억’과 연계돼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도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