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퍼레이트 아메리카(미국 주식회사)의 약진.’

미국 대기업들이 올 들어 두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이익 증가를 이뤄냈다. 2011년 후 6년 만이다. 경기 회복으로 인한 소비 증가와 달러 약세에 따른 수출 증가, 비용 절감 노력 등도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리더십 약화로 세제 개혁과 1조달러 인프라 투자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기업 이익 성장세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노믹스 표류하나…미국 기업들 '깜짝 실적' 내고도 한숨
◆6년 만의 호성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시장정보업체 톰슨로이터를 인용해 S&P500 기업의 2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일부 전망치 포함)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1분기에도 15.3% 늘었다. 기업들이 호성적을 일궈내며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16%가량 올랐고, 올해만 10% 상승했다.

실적 호조는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WSJ는 뉴욕 월가의 은행부터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업체,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연구소에 이르기까지 산업계 전반에서 이익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전기 가스 수도 등 유틸리티 회사들만 이익이 줄었다.

이는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 1.2% 증가한 데 이어 2분기 2.6% 늘어났다. 경기가 살아나자 소비자가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이 덕분에 S&P500기업의 2분기 매출은 5% 증가해 최근 5년래 두 번째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올 들어 달러 가치가 10%가량 떨어지며 해외 판매도 증가했다. 달러 약세로 차입 비용이 낮아졌고, 지속적인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도 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정치 혼란에 법인세 감면 멀어져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세제 개혁과 1조달러 인프라 투자 공약에 큰 기대를 걸어 왔다. 세제 개혁이 이뤄질 때까지 투자를 늦춰 온 곳도 많다. 미국 기업들은 견고한 현금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자본 지출은 최근까지 약세를 보였다.

오마르 아길라 찰스슈워프투자운용 수석애널리스트는 “조세 개혁안의 불확실성이 투자를 꺼리게 한다”며 “이대로라면 현재와 같은 기업의 탄탄한 성장세는 오래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트럼프케어 입법에 실패하면서 대폭 약화됐다.

공화당 내에서도 친트럼프 진영과 반트럼프 진영 간 내분이 생겼다. 트럼프케어에 반대표를 던진 수전 콜린스(메인),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상원의원은 블레이크 패런솔드(텍사스) 상원의원에게 일종의 ‘결투 신청’을 받기까지 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 대한 공격과 백악관 내분,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 교체, 갑작스런 트렌스젠더 군복무 금지 발표 등은 상황을 악화시켰다. 공화당 내부 분열은 법인세 감면과 인프라 투자 등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눈높이 낮추는 기업들

기업들은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리서치회사 센티에에 따르면 최근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행정부를 언급한 S&P500기업은 1분기 대비 3분의 1로 감소했다.

크리스토퍼 나세타 힐튼월드와이드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6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반년이 지났지만 이뤄진 게 없다”며 “올해 세제 개혁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CEO는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 후 8년간 연 1.5~2%씩 성장했다”며 “정치적 혼란과 어리석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 부문은 강력하고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7월 백악관에서 투자 계획을 발표한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은 “정치인들이 어떻게 세제 개혁을 이뤄낼지 점점 더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7월 빠른 세제 개편을 주문한 다리우스 애덤칙 하니웰 CEO는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