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회사들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대형 손보사가 2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다. 최고 실적 경신에도 손보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새 정부가 지속적으로 보험료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어서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손보사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 대형 손보사 4곳은 31일 일제히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KB손보를 포함해 5개 손보사 모두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5개 손보사의 순이익 합계는 1조838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9974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상반기에만 780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올렸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서울 을지로 본사 매각 수익이 반영됐지만, 이 요인을 빼더라도 역대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현대해상은 280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상반기 실적 개선은 자동차보험의 수익성이 좋아진 덕분이다. 지난해 경미한 사고는 과잉 수리하지 못하게 하는 등 자동차보험 보상제도가 바뀌면서 손해율이 하락했다. 날씨 덕도 봤다. 지난겨울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폭설로 인한 차량 피해가 적었다. 보험금 지급 요인이 줄어든 것이다. 보험료를 인상한 효과도 적지 않았다. 2015년 금융당국의 보험료 자율화 조치 이후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를 지속적으로 올렸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수익성 지표인 손해율은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최근 3~4년간 계속 90% 가까이 되다가 올 1분기에 78%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손해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다.

이 같은 실적에도 손보사들은 걱정이 앞선다고 입을 모은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서민층을 위해 보험료를 낮추라는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점에서다. 이미 대형 손보사들은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박에 올 들어 자동차보험료를 잇달아 낮췄다. 삼성화재는 자동차 보험료를 지난해 말 평균 2.3% 내린 데 이어 8월 말부터 평균 1.6% 추가 인하할 예정이다.

실손의료보험 문제도 남아 있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연말까지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연계법’을 제정하겠다고 지난 6월 발표했다. 정부가 그동안 건강보험 보장범위를 확대하면서 손보사 수익성이 개선된 만큼 (손보사들이) 실손보험료를 낮춰야 한다는 게 국정기획위의 주장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료 인상의 주범은 과잉 진료를 일삼는 병원들”이라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손보사들이 실손보험료를 더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