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계획 구상할 때 '유류분 권리' 고려해야 한다
부인과 사별한 자산가 김부자 씨(76)는 요즘 고민이 많다. 자식 두 명에 대한 유산 분배 때문이다. 장남 김정남(49)은 준 것도 없는데 남부럽지 않게 재산을 모아 잘살고 있다. 반면 차남 김정운(46)은 잇따른 사업실패로 가진 재산을 모두 잃고 10년 전 아버지로부터 받은 아파트에서 힘들게 살고 있다.

김씨는 둘째 아들이 걱정돼 남은 재산을 남겨주고 싶다. 그래서 지인의 도움을 받아 부동산 및 금융자산을 전부 차남에게 준다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장남을 찾아가 상속포기 각서까지 받았다.

이후 김씨가 사망하자 차남이 재산을 전부 상속받았다. 장남은 아버지 생전에는 형제끼리 다투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상속포기 각서에 서명했지만 거액의 상속재산이 동생에게만 상속된 데 불만이다. 장남이 동생에게 상속재산의 일부라도 돌려받을 방법은 없을까.

결론적으로 장남은 차남이 상속으로 받은 상속재산 중 일정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아버지 생전에 작성한 상속포기 각서의 효력이다. 법원 판례는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에 한 상속포기 약정은 절차와 방식에 어긋나 효력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장남이 아버지 생전에 작성한 상속포기 각서는 무효다. 그렇더라도 차남은 상속재산 전부에 대해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 유언이 무효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법에서는 상속인이 법정상속분 중 일정 부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인 유류분권을 인정하고 있다. 자녀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50%다. 따라서 장남은 아버지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차남이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유류분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다만 유류분 금액 전부를 반환청구하는 것은 아니고 실제 상속받은 재산과 유류분을 비교해 부족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은 세법상 상속재산 합산방식과 달리 10년 전 증여받은 재산도 포함하며, 증여 시점이 아닌 상속 개시 시점의 공시지가 등 평가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장남이 반환청구할 수 있는 유류분 부족액은 아버지가 남긴 재산과 10년 전에 증여한 아파트 가액을 합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법정상속 비율에 따랐다면 두 자녀는 균등하게 재산을 상속받아야 했고, 이 상속분의 50%를 계산하면 총 기준재산의 25%가 유류분이 된다. 장남은 차남을 상대로 법정기간 안에 유류분 부족액의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반환은 원물 반환이 원칙이지만, 합의 시 가액반환도 가능하다. 다만 반환 대상이 주식이나 부동산이고 부족액을 현금으로 정산하는 경우 양도소득세 문제가 발생한다. 원물을 상속받은 후 양도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곽종규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