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개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사실상 마무리…9월께 금융위서 확정
지배구조법 개정하더라도 특경가법 적용 제외 전망 …이재용 승계 무난할 듯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등이 그룹의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잠정결론이 내려졌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증권·카드 등 190개 제2금융권 회사를 대상으로 올해 2월 착수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심사는 지난해 8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처음 실시됐다.

비(非)은행 금융회사의 실질적 지배자가 누군지를 밝히고 자격에 문제가 없는지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 등 14개 삼성 계열 금융회사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으로 규정됐다.

이들 회사의 순환출자 고리를 따져 올라간 결과 정점에 이 회장이 있다는 의미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라이프생명·HMC투자증권 등은 정몽구 회장이, 한화생명·한화손보·한화투자증권 등은 김승연 회장이, 롯데카드·롯데캐피탈·롯데손보 등은 신동빈 회장이 최대주주로 나타났다.

이들은 법 시행 이후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조세범 처벌법, 금융 관계 법령을 어긴 사실이 없고, '금융질서 문란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적격성 심사에서 뚜렷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세간의 주목을 받을 만한 그룹 총수가 적격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심사 결과를 오는 9월께 금융위에 보고할 계획이다.

금융위 보고를 거쳐 심사 결과가 확정되며, 다음 정기 심사는 2년 뒤 이뤄진다.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의 최대주주가 법인일 경우 해당 법인의 최대주주를 다시 찾는 방식으로 거슬러 올라가 개인을 특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10단계까지 '대주주의 대주주'를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심사 과정에서 해외 사모펀드가 최대주주로 밝혀지거나 금융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사람이 나타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분만 갖고 경영에는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 '사실상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적격성 심사 대상으로 하는 방향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이건희·정몽구 "금융사 지배자격 있다" 잠정결론
다만 법을 개정하더라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을 대주주 적격성 여부를 판단하는데 적용하는 방안은 검토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 제정 당시 초안에는 특경가법 위반 여부가 적격성 심사 기준으로 담겼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빠졌다.

특경가법이 적격성 심사 기준으로 추가될 경우 형법상 뇌물과 특경가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다음달 1심 선고를 앞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유죄를 선고받고 형이 확정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 지분을 이건희 회장에게서 넘겨받을 때 대주주 적격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경가법이 추가되려면 해당 범법 행위가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결국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지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는 지배구조법과 별개로 삼성생명·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내다 팔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이 논의 중이다.

보험사의 총자산과 주식·채권 보유를 다른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공정가액(시가)으로 따져 두 보험사가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도록 하는 게 골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법을 개정할 필요 없이 금융위원장이 감독규정만 바꿔도 된다면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입장을 서면으로 요구했다.

최 위원장은 서면 답변에서 "해당 규정 개정에 대한 찬성·반대 논리가 팽팽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김영주 의원은 이를 법으로 강제하기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로 현재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금융당국, 이건희·정몽구 "금융사 지배자격 있다" 잠정결론
(서울연합뉴스) 이 율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