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닷컴] 걸그룹 좌절 뒤 엔터테인먼트 창업…"못 이룬 가수 꿈, 여기서 완성할래요"
이해리 씨(24·사진)는 어릴 적부터 가수를 꿈꿨다. ‘뽀뽀뽀’ ‘혼자서도 잘해요’ 같은 TV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꿈을 다졌다. 뉴질랜드로 이민 간 부모 곁을 떠나 10대 중반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만 16세 나이로 현지 대학에 진학해 ‘대학가요제’에 도전장을 던지기도 했다.

이씨는 꿈을 이뤘다. 연예기획사를 찾아다닌 끝에 2012년 5인조 걸그룹 ‘마스코트’로 데뷔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룹 멤버와 소속사 간에 문제가 생겼다. 소속사 대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했다. 그룹에서 나오면서 이씨는 짧은 가수 생활을 접었다.

꿈을 향한 노력은 의미를 잃은 걸까. 지난 26일 만난 이씨는 “아니다”고 했다. 5년이 흐른 지금 그는 ‘컴퍼니93(Kompany93)’의 대표가 됐다. 연예계 경험을 살려 스타들이 사용한 물건을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해 마케팅·광고 대행사에서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키워냈다. 최근에는 연예인 매니지먼트, 드라마 제작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걸그룹 시절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이 대표의 당시 별명은 ‘밥그릇돌’이다. 제 밥그릇을 알아서 찾아 먹는 아이돌이라는 뜻이다. 소속사가 영세한 탓에 그는 직접 방송국에 연락해 멤버들 방송 스케줄을 잡거나 명함을 제작해 돌렸다. 걸그룹 멤버였지만 매니저 역할까지 도맡아 한 셈이다. 그는 “사람들을 만나 홍보하고 마케팅 기획을 하는 회사 업무를 그때부터 한 것이다. 당시 경험이 지금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귀띔했다.

컴퍼니93은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말리 커피’를 간접광고(PPL)로 히트시키는 등 성과를 냈다. 지난해 매출 8억원을 돌파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개인사업자로 시작한 이 대표는 3년 전 법인 전환을 거쳐 이제는 갓 대학을 졸업할 나이에 직원 5명을 둔 어엿한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제가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는 스타일이에요. 틀에 박힌 삶보다는 국경을 넘나들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재미있는 일을 기획하는 지금의 삶이 마음에 듭니다.”

학창시절 가수가 되는 것을 반대한 어머니도 어느새 이 대표의 든든한 응원군이 됐다. 이 대표는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인 걸그룹까지 배출해 회사를 명실상부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