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미국, '철강 수입제한' 조사결과 발표 보류"
"자동차 산업 반대와 EU 보복 가능성 영향인 듯"

국내 철강업계를 긴장하게 했던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수입산 철강 조사 결과 발표가 잠정 보류됐다고 한국무역협회가 28일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수입을 제한할 수 있게 한 조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이 조항을 철강 수입에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에 미국 상무부는 이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해왔고 지난 6월 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시기가 미뤄지고 있었다.

와중에 미국의 232조 조치가 이뤄지면 수일 내에 보복조치를 취하겠다는 EU의 공언까지 나오면서 우리 철강업계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된 상태였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232조 조사에 따른 수입산 철강에 대한 관세 조치는 당분간 보류한다(We don't want to do at this moment)는 취지로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미국 철강노조연합 회장은 충격적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당장 조치를 해달라"고 촉구하는 등 미국 관련 업계에서도 파장이 일고 있다.

백악관 내 무역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도 26일(현지시간) 라디오 인터뷰에서 232조 조사에 대해 "상무부의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며 머지않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발표 일정 등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무역협회는 이처럼 미국이 232조 조사 발표를 늦추는 것에 대해 자동차 산업 등 미국 내 수입산 철강제품 사용 업계의 반대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U 등 상대국의 보복조치 가능성과 유력 싱크탱크 전문가 등이 232조 조치는 결국 미국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한 점 등도 미국 정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무역협회는 "232조 조사 발표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내 반대 및 우려의 목소리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232조 조치를 촉구하는 미국 철강 산업계의 강력한 로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반덤핑·상계관세 강화 등 다른 조치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무역협회는 현재 232조 조사 등 대미 통상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으로 미국 내 나라별 철강제품 수입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미 철강수출은 2010년 이후 크게 늘었지만 최근 미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2015년부터 줄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