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를 때 자사주로 자금 조달"…기업들 교환사채 발행 '러시'
증시가 활황을 보이자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EB는 투자자들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발행회사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교환을 원하지 않으면 채권 금리를 받고 만기에 상환할 수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EB 발행을 발표한 상장사는 E1 휴켐스 KG케미칼 신성이엔지 태평양물산 백광산업 남성 등 14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6곳)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상장사들이 올 들어 EB로 조달한 금액은 2001억원이다. 발행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E1으로 오는 31일 자사주 107만8249주(15.7%)를 기초자산으로 755억원 규모의 EB를 찍을 예정이다. 교환 가격은 7만원이다. 이날 이 회사 종가(6만2000원)보다 12.9% 비싸다.

휴켐스는 지난 3월17일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591억원어치의 EB를 발행했다. E1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올해 상당수 기업이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EB를 발행했다.

EB의 발행 규모는 통상 기초자산이 되는 주식가치보다 10~25% 높은 수준으로 결정된다. 주가가 많이 오를수록 그만큼 EB로 조달하는 자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올 들어 발행을 결정한 기업 상당수는 최근 들어 주가가 상승했다.

EB 투자자들이 향후 기초자산이 되는 주식으로 교환을 요청하면 기업은 보유한 자사주를 효과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 자사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하면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게 매물로 내놔야 한다. 일시에 주식 매물이 쏟아지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EB는 높은 가격에 자사주를 정리할 수 있는 데다 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비교적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 시장에 매물이 일시적으로 풀리는 블록딜에 비해 충격이 덜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