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60% 줄어든 아모레퍼시픽...11년만에 성과급 지급까지 보류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화장품업계의 타격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관광객(유커) 급감으로 면세점 백화점 등에서의 제품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증권사들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30~40% 줄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감소폭이 더 컸다.

순익 60% 줄어든 아모레퍼시픽...11년만에 성과급 지급까지 보류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4130억원과 영업이익 1304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공시했다. 작년 동기보다 각각 17.8%, 57.9% 줄었다. 순이익은 59.5% 급감한 999억원이었다.

설화수, 헤라, 라네즈, 아이오페, 마몽드, 려 등을 판매하는 아모레퍼시픽은 매출과 이익 모두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매출은 1조2050억원으로 작년보다 16.5% 줄었다. 영업이익은 1016억원, 순이익은 774억원으로 작년보다 각각 57.8%, 59.8%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국내 사업 매출은 8055억원으로 작년보다 22.5% 줄었고 영업이익은 826억원으로 58.6% 급감했다. 해외 매출은 4085억원으로 작년보다 2.1% 줄었고, 영업이익은 198억원으로 59.6% 떨어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 매출이 작년보다 14.7% 줄어든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면세점 매출이 올해 1분기 4190억원에서 2분기 2222억원으로 크게 줄었다고 추정했다.

다른 계열사들의 2분기 실적도 부진했다.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던 이니스프리는 1535억원의 매출과 2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 동기보다 각각 28.1%, 64.6% 감소한 수치다. 에뛰드 매출도 30.7% 줄어든 586억원에 그쳤고 5억원의 영업손실까지 냈다.

실적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전 직원에게 주는 상반기 성과급 지급을 보류했다. 성과급 지급 보류는 2006년 지주사 전환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은 LG생활건강도 화장품 부문에선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다. LG생활건강의 올해 2분기 화장품부문 매출은 7812억원, 영업이익은 1487억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각각 4.7%와 2.7% 감소했다. 박은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드 보복으로 화장품 업종의 면세점 채널 실적 부진이 예상보다 컸다”며 “중국인 매출 기여도가 높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화장품 회사들의 실적 부진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