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100년 기업이 떠난다

인터뷰 - 베트남으로 공장 이전하는 김준 경방 회장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 높이 평가하지만 사양산업 기업 고충도 커
노조도 최저임금 인상에 '일자리 없어진다'며 반대
중견기업도 문제지만 폐업비용조차 없는 염색 공장들도 어려워
광주 공장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는 김준 경방 회장(사진)의 전화 목소리는 다소 떨렸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 것을 높이 평가하지만 산업 전환기에 사양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인으로서 고충도 크다”고 털어놨다.

경방은 1990년대 들어 섬유 업황이 침체에 들어서는 상황에서도 국내 섬유업을 지켜왔다. 2006년 타임스퀘어 개발로 새 먹거리를 마련한 이유도 ‘100년 기업의 뿌리’인 섬유업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김 회장은 말했다. 2008년에는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섬유산업이 살길은 수출뿐”이라는 일념으로 베트남 미국 홍콩 중국 일본 스리랑카 등 7개국에 섬유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 인근에 있는 경방 공장에서 베트남 직원이 원사를 뽑아내고 있다.  경방 제공

베트남 호찌민 인근에 있는 경방 공장에서 베트남 직원이 원사를 뽑아내고 있다. 경방 제공

기로에 선 한국의 공장들

김 회장은 유독 최신식 설비를 갖춘 광주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기는 이유에 대해 “가장 생산성이 높은 공장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시설이 상대적으로 낡은 용인, 반월 공장을 뜯어서 가봐야 가동률과 수익성을 올리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용인, 반월 공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그는 “이대로 가면 폐쇄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김 회장이 24일 광주 공장 이전을 결정하면서 가장 가슴 아프다고 말한 것은 “지금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일자리”였다. 업종 특성상 공장에는 20년 이상 일한 40~60대 주부가 많다고 했다. 나름 전문성을 인정받아 정년을 넘어서도 근무하는 일이 많다. 3교대 근무를 하면 시간 외 수당을 받아 최대 250만원가량을 벌 수 있다. 부부가 근무하는 경우에는 500만원가량을 번다. 김 회장은 “평생을 이 일만 해온 분들이 이제 어디서 일을 해야 하나 걱정”이라며 “반도체, 정보기술(IT)산업이 잘된다고 해서 이분들이 그곳에 가서 일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사양산업’으로 꼽히는 섬유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다른 산업군으로 옮겨가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염색공단도 ‘된서리’

이런 이유로 방직업계 전체를 대표하는 김종태 면방노조위원장마저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 업계 전체에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베트남 임금이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그나마 공장자동화로 버티고 있는 업체들도 모두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을 업종별 특성에 맞게 차등 적용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중소·영세기업의 생존이 경각에 달렸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경방 같은 기업들은 해외 이전 등을 통해 ‘출구 전략’을 가동할 수 있지만 작은 기업은 그대로 앉아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염색 기업들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기 북부 지역에 밀집한 영세 염색업체들은 공장 해외 이전은커녕 “공장을 닫게만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폐업비용이 없어 공장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김 회장은 “이들 영세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섬유산업은 1년 안에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30명 미만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에는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 평균(7.4%)을 웃도는 추가 인상분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에 이 같은 지원이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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