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와 한판 붙겠다"…은행들, 소액송금 파격 공세
오는 27일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출범을 앞두고 은행들이 간편송금 서비스를 확 바꾸고 있다. 해외송금 수수료도 중개은행을 거치지 않는 방식으로 기존보다 10분의 1까지 낮추는 등 대대적인 인하 경쟁에 나섰다. 카카오뱅크가 핵심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빠르고 간편한 송금’ 시장에서 한판 붙겠다는 각오다.

◆간편송금 한도 높이는 은행들

기업은행은 오는 28일부터 간편송금 앱(응용프로그램)인 ‘휙서비스’의 이용한도를 50만원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300만원으로 상향한다. 휙서비스는 공인인증서나 일회용 비밀번호(OTP) 없이 6자리 비밀번호만으로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휴대폰 번호만 입력하면 송금이 가능하다.

기존의 간편송금 서비스들은 미리 충전해 둔 금액 안에서 송금할 수 있는 선불형 이체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당국 규정상 이 같은 이체방식으로 송금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는 하루 최대 50만원이다. 기업은행은 선불형 이체방식 대신 직접 계좌에 연동, 해당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방식을 채택해 한도를 높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송금 서비스 이용 건수의 95%가량이 300만원 이하이기 때문에 한도를 300만원으로 책정했다”며 “고객 이용 행태를 분석해 앞으로 한도를 더 높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들 역시 직접 계좌연동을 통한 한도 상향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자사 전용 앱인 위비뱅크를 활용한 간편송금 한도를 기존 50만원에서 더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기존에 운영 중인 ‘써니뱅크 간편송금’보다 한도와 편의성을 높인 새로운 간편송금 앱을 개발 중이다.

◆해외송금 수수료 인하 경쟁

카카오뱅크가 주력으로 내세운 ‘저렴한 해외송금 수수료’를 놓고도 업계 경쟁에 불이 붙었다. KEB하나은행은 해외 현지은행과의 직접 제휴를 통해 송금 수수료를 줄인 ‘원큐(1Q) 트랜스퍼’ 서비스 대상 국가에 국내 최대 교류국인 중국을 추가할 예정이다. 원큐 트랜스퍼를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5~10분 안에 해외송금이 가능하다. 현재 호주 캐나다 필리핀 등 15개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원큐 트랜스퍼의 송금수수료는 미화 1만달러 기준 1만원 내외”라며 “금액이 커질수록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존보다 최대 10분의 1 수준까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은 원큐 트랜스퍼에 모바일 OTP 기능을 추가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해외로 돈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 역시 미국·영국 등 13개 국가를 대상으로 간편히 송금할 수 있는 ‘위비 퀵 글로벌 송금’ 서비스를 하고 있다. 수수료는 5000원 수준으로 기존 해외송금 수수료보다 70%가량 저렴하다. 신한은행도 2000달러 이하 기준으로 1만원가량의 해외송금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전화 한 통으로 해외송금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출시된다. 기업은행은 공인인증서 및 보안매체 없이도 전화를 통해 해외송금을 할 수 있는 ‘ARS외화송금’을 이달 말 시작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모바일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느끼는 중·장년층이나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출시하는 서비스”라며 “미리 계좌번호를 등록해두면 전화 통화만으로 간편하게 해외송금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