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보유재산 4조원대…이혼때 노소영과 재산분할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상대로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향후 이혼이 이뤄질 경우 재산분할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9일 법원에 이혼조정 소장을 접수하면서 조정 대상에 재산분할은 포함하지 않았으나, 향후 노 관장이 이혼에 동의하고 재산분할을 청구하면 관련 논의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보유한 재산 규모는 4조원대 중반으로, 이중 대부분은 SK㈜ 지분 23.4% 등 유가증권 형태의 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부동산 및 동산, 월급과 배당으로 받아 모아둔 현금이다.

이혼 시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은 부부가 결혼한 이후 함께 일군 공동 재산이 원칙이다.

이에 따라 배우자가 전혀 기여한 바가 없는 재산이거나 한쪽 부모로부터 상속(증여)받은 재산은 통상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 회장 측은 SK㈜ 지분이 전적으로 최 회장이 회사경영을 하면서 키운 재산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회장이 SK㈜ 지분 23.4%를 소유하게 된 연원도 상속을 받거나 직접 매수한 데서 비롯됐다는 점을 들어 분할 대상이 아님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의 결혼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SK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노 관장이 SK㈜ 지분 가치를 증가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SK㈜ 지분은 상속 또는 최 회장의 직접 매입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판결에서도 이 같은 원칙이 반영된 사례가 있었다는 점도 참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은 당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의 이혼소송에서 1조2천억 원대 재산분할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임 전 고문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한 재산분할 규모는 86억여 원에 불과했다.

이 사장이 결혼 전 보유한 주식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임 전 고문이 기여한 공동 재산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 관장이 회사를 키우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고 문화, 예술 분야 활동만 해왔다"며 "법원이 '상속재산은 제외, 공동 재산은 엄격히 판단' 추세여서 분할 대상이 될 만한 공동 재산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그룹 지분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최 회장의 위상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 관장은 혼인 이후에 형성된 재산의 경우 기여도를 따져서 최대 50%까지 재산을 나누도록 하는 원칙을 강조하며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재산분할 시 양측이 결혼 후 취득한 재산에 대해 재산형성 기여도를 따지는데, 바깥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가정주부의 경우에도 자녀 양육 등을 노동으로 인정받아 이론적으로 최대 50%까지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최 회장이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노 관장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는 "노 관장의 결혼 기간이 길고 자녀도 많고 더구나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는 등 임우재 고문-이부진 사장 사례와는 다른 면이 많기 때문에 만일 이혼이 성립되면 그 경우보다는 재산분할 기여도가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이론적으로는 50%까지도 가능하고 10~30% 사이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의 지분 형성에 처가인 노태우 전 대통령 측 도움이 있었다는 점이 일정 부분 증명될 경우 그룹 지분이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최 회장의 경영권 등 SK그룹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정유와 섬유 부문으로 출발한 선경그룹(SK그룹의 전신)이 한 단계 도약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가 제2이동통신 사업 진출에 있었고, 여기에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1988년 결혼 이후 노 전 대통령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SK그룹의 생각은 이와는 많이 다르다.

당시 확보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은 비판 여론때문에 곧바로 반납했고, 다음 정권인 김영삼 정부 들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SK텔레콤으로 키운 만큼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 기업 성장에 기여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SK가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면서 굉장히 커졌고, 거기에 노 전 대통령의 후견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시각도 있기 때문에 노 관장의 그룹 지분에 대한 기여도가 어느정도 인정 받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면서 "회사 주식은 공동재산에 산입하지 않는 게 원칙이나 이 경우는 과연 예외로 인정받을 것인지 주목 거리"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