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짝짓기'로 멀리나는 LCC…항공업계 위상 더 높일까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장거리 노선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동맹체(얼라이언스)를 강화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6월부터 글로벌 LCC 동맹체인 '밸류 얼라이언스'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제주항공이 주축이 된 밸류 얼라이언스는 2016년 만들어져 세부퍼시픽(필리핀), 녹에어(태국), 녹스쿠트(태국), 스쿠트(싱가포르), 타이거에어싱가포르(싱가포르), 바닐라에어(일본), 타이거에어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 동아시아와 호주 지역 LCC 8개 사가 참여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중 세부퍼시픽과 가장 먼저 노선을 연계하고 최근 '인터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인터라인은 여러 항공사가 제휴를 맺고 각각의 항공사가 운항하는 노선을 연계해 항공권을 한데 묶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세부퍼시픽은 제주항공이 취항하는 마닐라와 세부를 기점으로 37개의 국내선과 호주 시드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 29개 국제선을 취항하고 있다.

만약 탑승객이 세부퍼시픽 노선을 연계한다면 제주항공이 취항하지 않는 필리핀 여러 도시는 물론 중동, 호주까지 제주항공 홈페이지에서 예매하고 갈 수 있게 된다.

실제 제주항공 탑승객 가운데 지난 1일 제주항공의 인천~마닐라 노선과 세부피시픽의 마닐라~시드니 노선을 결합해 여행한 첫 사례가 나왔다.

제주항공은 세부퍼시픽을 시작으로 밸류 얼라이언스 파트너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보다 한발 먼저 LCC 동맹체인 '유플라이 얼라이언스'에 가입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인터라인 판매를 본격화했다.

유플라이 얼라이언스는 이스타항공을 비롯해 홍콩 익스프레스, 럭키에어, 우르무치에어, 웨스트에어 등 홍콩과 중국에 거점을 둔 5개 사가 참여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 인천~홍콩~치앙마이 연계 인터라인 노선을 연 데 이어 올해 4월과 6월 각각 5개 노선, 3개 노선을 추가해 현재 9개의 인터라인 노선을 운영 중이다.

진에어는 별도의 동맹체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개별 항공사와 접촉해 인터라인 노선을 늘리고 있다. 동맹체에 가입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되 다른 항공사와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진에어는 지난 3월 아시아태평양 최대 LCC인 젯스타그룹과 손잡은 데 이어 최근에는 아일랜드 에어와 제휴해 하와이 주내선을 연계한 인터라인 노선 판매를 시작했다.

아일랜드 에어는 하와이 대표 지역 항공사로 오아후, 마우이, 카우아이, 하와이 아일랜드 등 하와이 주 전역에 걸쳐 정기편을 운항한다.

국내 LCC들이 항공 동맹체를 강화하는 이유는 장거리 노선과 환승 수요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대부분 소형 기종을 운영하는 LCC 입장에서는 장거리 운항에 필요한 별도의 항공기를 도입하지 않고도 장거리 노선을 서비스해 탑승객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밸류 얼라이언스를 통해 대형 기종의 항공기 도입 없이도 장거리 노선을 뚫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세부퍼시픽 외에도 회원 항공사들과의 연계를 계속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CC들은 또 동맹체를 통해 항공업계 내에서의 위상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항공 동맹체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일부 대형 항공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LCC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맺어 노선과 서비스를 늘리게 되면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항공과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 6개 LCC의 국제선 여객 수송 분담율은 LCC 출범 후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