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만명이 새 고객…은행·증권사·보험사 "어서 오세요"
과당경쟁에 금융당국 경고…수익률은 낮은 편

오는 26일부터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새 시장을 선점하려는 금융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자영업자와 공무원 등도 26일부터 IRP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그 규모가 자영업자 580만명, 공무원·사학·군인 등 직역연금 가입자 150만명 등 모두 730만명에 달한다.

사실상 돈을 받고 일하는 모든 취업자가 IRP에 가입할 수 있게 문호가 활짝 개방된 셈이다.

IRP는 이직하거나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받은 퇴직급여를 퇴직연금 계좌에 다시 적립해서 만 55살 이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연간 1천800만원 한도에서 자기 부담으로 추가 적립해 노후자금을 모을 수 있다.

연금저축과 합산해 최대 연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현재 IRP는 다른 퇴직연금 상품보다 규모가 작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IRP 적립액은 12조4천억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 147조원의 8.4%에 불과했다.

◇ 금융업계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로 새 고객 '유혹'

하지만 가입 대상이 늘어남에 따라 금융업계는 새 고객 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그중 은행권이 적극적이다.

은행은 IRP 시장에서 '맏형' 노릇을 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IRP 시장 점유율을 보면 은행이 63.8%로 가장 높았고, 증권(20.2%), 생명보험(13.2%), 손해보험(2.8%) 순이었다.

우리은행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IRP에 가입하면 운용관리수수료를 0.1%포인트 깎아주기로 했다.

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에게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추천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S뱅크나 써니뱅크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인터넷 뱅킹으로 5만원 이상 신규 가입하면 선착순 5천명에게 GS편의점 상품권(5천원)을 주는 '모두의 IRP 이벤트'를 진행한다.

하나은행은 최고 2% 초반대의 고정금리 상품을 운영하고 은퇴설계시스템을 활용한 노후설계 서비스와 대고객 상담 서비스를 강화했다.

증권업계도 새 고객들이 세제혜택을 누리면서 은퇴준비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IRP 계좌를 신규로 개설하고 1천만원 이상 펀드에 가입한 고객에게 금액에 따라 최대 3만원의 문화상품권을 주기로 했다.

KB증권은 인터넷에서 사전 예약 신청 뒤 IRP 계좌를 개설해 10만원 이상 납입한 선착순 200명에게 카자니아 입장권을 증정한다.

신한금융투자는 IRP 계좌를 개설하고 10만원 이상 납입한 고객 중 선착순 100명에게 신세계 모바일 상품을 주기로 했다.

보험업계도 다른 업권과 비슷하게 홍보·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IRP 가입 확대 사실을 안내하고 직역연금 가입자 등에 맞춤형 홍보책자를 마련하고 있다.

또 설계사 대상으로 관련 내용을 교육하고 IRP 상품에 대한 프로모션도 준비하고 있다.

◇ 벌써 경쟁 과열…납입한도 최대 설정해 고객 계좌 독차지 시도

금융권역별로 '입도선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과당경쟁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사전 예약제를 진행하면서 성과지표(KPI)에 IRP 가입 실적을 배당하거나 영업점 직원에게 1인당 신규 계좌 목표치를 할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은 IRP 고객이 다른 금융회사에 IRP 계좌를 개설하지 못하게 고객의 연간 납입 한도를 최대치로 설정하도록 유도하라는 공문을 내리기도 했다.

IRP는 1인당 매년 1천800만원까지 은행, 증권, 보험사 등 여러 계좌에 나눠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에서 IRP에 가입할 때 연 납입 한도를 1천800만원으로 설정해 버리면 해당 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이나 증권, 보험사에서는 IRP 가입이 안 된다.

금융노조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사전 한도등록 시스템을 폐지해야 한다"며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1만원 미만의 깡통 계좌만 대량 양산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6일 각 시중은행에 공문을 돌려 IRP 과당경쟁 자제를 요청했다.

IRP의 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은 점에 유의할 필요도 있다.

2012∼2016년 연환산 수익률이 2.64%에 그쳤다.

2012년에 나온 만기가 5년 이상인 정기예금의 금리인 3.92%에도 못 미쳤다.

2012년 당시 정기예금에 넣어두는 것이 IRP 계좌에 적립한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인 셈이다.

같은 기간 확정급여형(DB)은 2.77%, 확정기여형(DC)형은 3.06%로, IRP는 다른 퇴직연금 상품보다 수익률이 낮았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의 IRP 수익률이 평균 2.52%로 가장 낮았고, 증권이 2.69%, 보험은 2.99%였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박의래 기자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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