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물가 상승을 예상하고 금리 인상과 자산 축소 방침을 밝혔지만 정작 물가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인플레이션 수수께끼’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정책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달성되지 않아 딜레마에 처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Fed는 미국 물가 상승률이 2018년 말까지 목표치(2%)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10여 년 만의 최저치에 머물러 있는 실업률이 근거다. 미국의 6월 실업률은 전월보다 0.1%포인트 올랐지만 4.4%라는 안정적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고용이 활발하면 물가도 자연스레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몇 개월간 물가상승률은 1.6%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Fed가 금리 정책 결정에 활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2월 2%를 웃돌다가 5월 전년 대비 1.4% 상승에 그쳤다.

WSJ는 각종 소비 부문 물가 하락, 주택 공급 확대,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시장의 가격 할인 경쟁 등을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재닛 옐런 Fed 의장도 물가 하락의 원인으로 3월 이동통신 사용료와 4월 약제비 하락을 지목했다. 아파트와 중고차도 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오면서 전반적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Fed 내 일부 고위 관리는 인플레이션 약세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예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옐런 의장도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물가 상승 둔화가 이어질 경우 정책을 수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약세가 Fed 내 비둘기파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다. 긴축통화를 옹호하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총재도 “시장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펴 가며 금리 인상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이지만 잠재된 물가 상승 요인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짐 오설리번 하이프리퀀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낮은 실업률에 비해 임금 상승률이 부진하지만 임금과 복리후생 등을 합한 고용비용지수를 보면 1분기보다 크게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