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대학원생 조정래(30·남) 씨는 지난해 한 식품 회사에서 소비자 패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식품 회사 패널은 주로 주부들인데 남성도 가능하다고 해서 눈길이 갔다. 평소 이 회사 제품을 종종 사용했던 조씨는 신제품을 먼저 써보고 개발 단계에서 의견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패널에 지원했다.

30~40대 주부 일색이던 식품업계 패널(소비자 평가단)에 젊은 남성들이 등장했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벌이, 비혼 등의 트렌드로 요리하는 남성이 늘면서 식품업계가 남성 소비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 주부 중심 소비자 패널에 남성 등장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샘표식품은 최근 '샘앤영' 이라는 이름으로 20~30대 젊은 패널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샘앤영에 속한 패널은 대학생부터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을 가진 소비자로 남성과 여성이 절반씩의 비중을 차지한다.

샘표는 원래 주 소비자층인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주부 모니터'를 오랜 기간 운영했다. 이들은 시장 조사와 광고 모니터, 아이디어 제안, 제품 평가 등에 참여한다.

주부 모니터 외에 별도로 샘앤영을 운영하게 된 건 젊은층 남성 소비자를 패널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샘표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요리에 참여하는 남성이 늘면서 다양한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커졌다"며 "최근에는 질러, 편의면, 즉석스프, 가정간편식(HMR) 등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 많아지면서 20~30대 젊은층 목소리를 듣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샘표는 샘앤영을 정식 발족하기 전인 지난 3월 주부 패널들의 남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남성을 타깃으로 한 RTD제품 '야관문헛개차' 출시를 앞두고 남성 소비자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샘표 외에 다른 식품회사에서는 아직까지 남성 패널을 운영하는 곳은 많지 않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남성 소비자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패널 운영도 변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쿡방, 먹방이 인기를 끌면서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 이란 신조어가 생길만큼 남성들이 요리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며 "업계 내에서도 남성들이 요리나 집안 살림에서 얻은 경험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제품 기획서 개발까지 소비자 의견 반영

식품업계에서는 기획부터 개발까지 제품 출시 전 단계에 걸쳐 소비자를 더 많이 끌어들이는 추세다.

과거에는 제품 출시 직전 일부 소비자를 통해 사전 테스트를 하던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아예 기획 단계부터 소비자를 참여시킨다.

치열한 시장 경쟁과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 마음을 얼마나 잘 간파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CJ제일제당의 경우 제품에 대한 맛 평가나 모니터링을 위주로 하는 '주부 평가단' 외에 좀 더 전문적성을 갖춘 패널인 '주부 연구원'을 운영 중이다.

이들은 신제품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시장 조사를 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다. CJ제일제당은 2010년 '주부연구원' 1기를 선발한 후 매년 지속적으로 지원자를 선발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부 연구원'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를 신제품 개발에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가 '비비고 곤드레나물밥'이다.

풀무원도 제품 개발에 다양한 의견을 나눌 '주부 모니터'를 운영한다. 이들은 제품을 한발 먼저 사용해보고 평가하며 시장 정보를 교류하고 광고 모니터링도 하며 마케팅 전반에 참여한다.

풀무원은 '주부 모니터' 외에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이프레쉬 온라인 패널'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