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시중에 돈을 푸는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좀처럼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BOJ는 그 원인으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촉발한 가격 할인 경쟁을 지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은 아마존 매출이 미국 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지난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아마존재팬의 매출은 1조1747억엔(약 11조7400억원)에 달했다.

일본 경제는 지난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성장했고, 구직자당 일자리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이 1.49배로 4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4%로 나타났다. BOJ의 목표인 2%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BOJ가 20일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물가상승률 목표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일본 최대 소매업체인 이온의 오카다 모토야 사장은 “전자상거래업체가 낮은 가격에 물건을 팔다 보니 싼값에 물건을 사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며 “일본에서 디플레이션이 끝났다는 것은 거대한 환상”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물건 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온은 5월 우유 샴푸 등 250개 이상 상품 가격을 인하했고, 오는 8월 한 차례 더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일본에서 전자상거래가 소매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하지만 매년 8~10%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토 이즈루 도탄리서치 대표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업체와 오프라인 상점 간 가격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며 “단순히 확장적 통화정책만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