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고리 원전 중단 결정은 여론이 아니라 국회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고리 원전 중단 결정은 여론이 아니라 국회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지난달과 이달 초 탈(脫)원전에 반대하는 전국 교수 성명을 주도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고리 5, 6호기 영구 중단은 시민배심원단이 아니라 국회가 결정하는 게 (책임 있는 결정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3개월간의 공론화 기간에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공론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공사를 계속하는 게 안전성 측면에서 맞다”며 “원전에 대한 과장된 공포로 탈원전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연구실에서 주 교수를 만났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일시 중단을 어떻게 보나.

“산업통상자원부가 행정지도를 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명령이다. 이런 식으로 원전 공사를 중단하는 건 불법이란 지적이 있다. 그리고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공론화하는 것보다 결론이 나오기까지 공사를 계속하는 게 맞다. 공사 중단 기간에 철근이 공기에 노출되면 부식돼 나중에 공사를 재개할 때 원전 안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신고리 5, 6호기 영구 정지 여부는 시민배심원단의 손에 달렸다.

“그분들이 책임질 수 없는 결정을 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나중에 잘못된 결정으로 밝혀져도 아무 책임도 안 지게 된다. 배심원들이 비합리적인 주장에 넘어갈 수도 있고 처음부터 배심원단이 편향되게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 어떻게 결정하는 게 맞다고 보나.

“국민투표를 하면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그건 최후 수단이고 현실적으로는 국회에서 여야 논의를 거쳐서 정하는 것이 더 낫다. 배심원단보다 훨씬 책임 있는 결정을 할 거다.”

▷탈원전을 찬성하는 쪽에선 원전이 사양산업이라고 한다.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어마어마하게 투자하고 있다. 영국은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도 원전을 더 짓기로 했고 프랑스도 신재생을 늘리지만 탈원전은 아니다. 미국도 에너지부 장관이 최근 ‘원전을 다시 매력적으로 만들겠다(make nuclear energy cool again)’고 했다.”

▷길게 보면 전 세계 원전이 줄어드는 추세 아닌가.

“태양광이나 풍력을 해야 하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우리도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한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로 다 할 수는 없다. (24시간 돌아가는) 기저발전을 뭐로 할 거냐가 관건이다. 기저발전 중 정말로 친환경적인 건 원자력밖에 없다. 탈원전을 하면 그 공백을 원자력보다 비싼 LNG(액화천연가스)가 메워야 하는데 비용도 더 들고 전기료도 오를 거다. 원전으로 전기를 싸게 공급하면 보편적 전력 복지를 할 수 있는데 원전을 없애면 그게 안 된다. 산업용 전기료가 오르면 우리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테니 일본이 쾌재를 부를 거다.”

▷원자력계가 탈원전에 반대하는 건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 아닌가.

“이달 초 교수 417명이 탈원전 반대 성명을 냈는데 원자력에 직접 관계된 교수는 100여 명이다. 나머지는 다른 과 교수다. 그분들이 동참한 건 정부가 졸속으로 탈원전을 결정하고 비논리적, 비합리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원자력산업을 잘 키워왔고 학문도 세계적 수준이며 원전 수출도 했는데 그런 것들이 일거에 날아가니까 동료 교수들이 분개하는 거다.”

▷탈원전 정책의 문제가 뭐라고 보나.

“너무 인기영합적이다. 왜 탈핵 여론이 형성됐나. 원전에 대한 과장된 공포 때문이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쪽에서 그걸 조장하고 있다.”

▷전 세계 원전 442기 중 지금까지 6기가 터졌으니, 원전 1기당 사고 확률이 1.36%라는 주장도 있다.

“엉터리다. 그런 논리라면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사고가 안 났으니까 사고 확률이 ‘0’이라고 해야 하나.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 (첫 번째 사고가 난) 미국 스리마일 원전(1기)은 우리와 같은 유형(가압경수로)인데, 방사능은 거의 유출되지 않았다. (두 번째 사고가 난) 체르노빌(1기)은 우리와 원전 유형이 다른 데다 플루토늄을 많이 추출하기 위해 설계 요건을 무시했다. 후쿠시마 원전(4기, 비등형경수로)은 우리와 노형이 다르다. 우리 원전이 훨씬 안전하다.”

▷우리도 원전 사고가 많이 나지 않았나.

“사고와 고장은 구분해야 한다. 최근 한울5호기가 정지됐는데 이건 ‘예상과도’라고 한다. 예상된 범위에서 고장이 난 거다. 그런데 (환경단체 같은 데선) 그걸 사고가 났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불안을 과도하게 조장한다.”

▷원전의 경제성도 논란이다. 정부가 원전 폐로 비용을 1기당 6000억원으로 추산했는데 미국에선 2조5000억원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은 원전 짓는 비용이 우리보다 3~4배 비싸다. 폐로 비용도 국가마다 다르다. 우리는 인건비도 싸고 원전 기술도 발전해 있다.”

▷사고 처리 비용이 어마어마하고 핵폐기물 처리 비용 계산이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차도 위험하지만 필요하니까 보험을 들고 쓰지 않나. 사고 위험이 무서워서 아예 안 한다면 어떻게 됐겠나. 우리는 40년 전에 원전을 시작했고 그 덕분에 값싸고 질 좋은 전기가 공급돼 경제가 이만큼 발전했다. 일정량의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인명 사고를 계산해보면 원전이 가장 적다는 자료도 있다.”

▷새 정부 에너지정책에 대해 조언을 요청받은 적 있나.

“전혀 없었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만 관여한 것 같다. 탈원전이 이념이고 기조니까 물어볼 것도 없는 것 같다.”

주용석/김일규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