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동북아 LNG 허브 기지, 여수에 짓겠다"
중견 건설회사인 (주)한양이 수입한 액화천연가스(LNG)를 발전소에 공급하거나 해외로 재수출하는 LNG 허브 터미널 사업 추진에 나섰다. 정부의 탈(脫)원전·탈석탄 발전 정책으로 LNG 발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LNG의 일종인 셰일가스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이 세계 LNG 수요의 60%를 차지하고 있어 ‘동북아 LNG 허브’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양, 왜 뛰어드나

한양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광양만권 묘도에 LNG 허브 터미널을 짓는다고 17일 밝혔다. 묘도 100만㎡ 부지에 2025년까지 20만kL급 LNG 저장탱크 3~4기와 항만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1만6500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2단계로 LNG 저장탱크 20여 기를 배치한 대형 터미널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 규모인 27만kL의 LNG 탱크 시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양은 1조2000억원을 들여 1000㎿급 LNG 발전소도 함께 건설한다. 연간 50만t의 LNG를 쓰는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면 원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올해 말 확정되는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7~2031년 적용)에서 LNG 발전권을 획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광진 한양 LNG허브사업단 사장은 “자체 발전소와 국내 발전소 공급 물량만으로 연간 200만t 이상의 LNG 수요처를 확보했다”며 “일본 이토추상사와 중국 ENN 등 해외 업체들도 투자를 검토하고 있어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양은 지난달 미국 델핀LNG와 셰일가스 도입 및 사업투자 합의서(HOA)를 체결하며 안정적인 수입처도 확보했다. 한양이 델핀에서 연간 최대 150만t의 LNG를 들여오고, 델핀은 한양의 묘도 LNG 허브 터미널 사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조건이다.
여수 묘도 LNG 터미널 조감도
여수 묘도 LNG 터미널 조감도
한국, 입지 경쟁에 본격 가세

한국은 일본, 중국과 비교해 LNG 허브 기지 입지가 좋은 편이다. 땅값과 건설비가 비싼 일본은 LNG 터미널 건설 비용이 한국보다 2.5배 이상 높다. 또 중국은 미국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동북아 LNG 기지 건설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묘도는 작년 11월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우드맥킨지의 사업 타당성 조사에서 “입지 여건과 부지 확장성, 항만 연계 서비스 등에서 LNG 허브로서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사장은 “여수 묘도는 일본 오사카와 중국 상하이에서 각각 800여㎞ 떨어진 동북아 3국 교역의 중심 지역”이라며 “내해 지역으로 방파제 건설이 필요 없어 수천억원의 건설비용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가스공사도 ‘LNG 인수기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평택과 인천, 통영, 삼척에 이은 국내 다섯 번째 LNG 터미널을 짓는 사업으로 충남 당진(석문국가산업단지)과 보령(영보산업단지)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일본은 LNG 선물거래 시장 설립을 계획 중이고 싱가포르도 LNG 기지 건설에 나서고 있다”며 “탱크 하나를 짓는 데 40개월이 넘고, 전체 공정은 6년 이상 걸리는 만큼 LNG 허브 기지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