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공정위 '시정명령 공방'…"판결 전까지 집행 미뤄달라"

'독점업체 지위로 휴대전화 제조사에 계약 강요' 1조원대 과징금
퀄컴 "시정명령은 과격한 결정" vs 공정위 "부당 계약 강요 책임"


다국적 통신업체인 퀄컴이 정부의 시정명령에 불복해 낸 소송의 '전초전' 격인 집행정지(효력정지) 심문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앞서 정부는 세계적인 통신부품 독점업체인 퀄컴 측이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들에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을 강요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서울고법 행정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퀄컴이 "시정명령에 불복해서 제기한 행정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한시적으로 처분을 미뤄달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사건의 공개 심문을 열었다.

퀄컴은 시정명령이 당장 집행되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고 호소했다.

공정위 처분이 옳은지 소송을 통해 다퉈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할 우려가 있으므로 본안 판결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취지다.

퀄컴 대리인단 윤호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은 퀄컴 사업구조 전부를 완전히 바꾸라는 것"이라며 "매우 과격하고 전면적이며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정위 측은 퀄컴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시정명령 때문에 영업 손실을 본다 해도 '손해'가 아니라고 본다.

퀄컴이 영업을 계속하면 불법적인 이익을 용인하는 셈이라는 논리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파워포인트(PPT)로 정리한 퀄컴 측 주장을 확인했다.

오후에는 공정위의 PPT를 듣고 양측이 서로의 입장에 반박할 시간을 줄 예정이다.

집행정지 결과는 심문이 끝난 뒤 재판부 판단을 거쳐 양측에 통보된다.

집행정지란 특정 행정처분이 집행되거나 효력이 발동해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그 처분의 집행을 일단 정지하는 제도다.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 처분이 이뤄져 심각한 피해를 당하지 않게 권리를 보호하려는 취지다.

다만 본안 판단에 앞서 임시 조치여서 나중에 선고되는 판결의 결론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에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인 1조300억 원을 부과했다.

부당한 계약을 금지하는 시정명령도 함께 내렸다.

통신용 모뎀 칩세트와 통신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독점 기업인 퀄컴이 칩 공급을 볼모 삼아 삼성전자·애플 등 휴대전화 제조사들에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을 강요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퀄컴은 이에 반발해 2월 21일 서울고법에 과징금 결정 취소 소송과 함께 시정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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