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회장 구정모)가 14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국제관에서 ‘경제적 내셔널리즘의 부상과 새로운 글로벌 질서의 전개’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앞줄 왼쪽 첫 번째)가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경제학회 제공
한국경제학회(회장 구정모)가 14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국제관에서 ‘경제적 내셔널리즘의 부상과 새로운 글로벌 질서의 전개’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앞줄 왼쪽 첫 번째)가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경제학회 제공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경제적 내셔널리즘(국수주의)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국가 간 보복 정책만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경제적 내셔널리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요 20개국(G20)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글로벌 질서’가 재정립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4일 한국경제학회가 서울 안암동 고려대 국제관에서 ‘경제적 내셔널리즘의 부상과 새로운 글로벌 질서의 전개’를 주제로 연 국제학술대회에서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경제적 내셔널리즘이 경제적 측면에서 특정 국가의 장기적 번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등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한 것이다.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한림대 총장)는 “최근 경제적 내셔널리즘은 과거와 달리 자원 보유국이나 신흥 경제권이 아닌 선진 경제권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지난 반세기 세계 경제의 번영에 기여한 세계화의 혜택이 골고루 분배·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진 경제권의 경제성장률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데 비해 신흥 경제권의 경제 규모가 급속히 확대됐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여기에 국가 간 혹은 국내 계층 간 소득분배 악화가 경제적 내셔널리즘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꼽았다.

김 전 총재는 “세계적으로 소득분배가 나빠지고 있지만 경제적 내셔널리즘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며 “역사적으로 경제적 내셔널리즘이 어느 나라의 장기적 경제 번영을 가져온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은 흔히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수반하는 부작용이 있고 교역 상대국의 보복 정책을 유발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계화 추세를 인위적으로 되돌리는 것보다 세계화가 낳은 취약점을 어떻게 보완할지를 고민하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총재는 “다자주의를 복원시켜 세계 경제가 직면한 공통 이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각국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G20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이 각기 다른 경제 상황에 처해 있어 세계 경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후쿠다 신이치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환율 조작 의심 국가들에 대한 압력 등이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예측하기 어려운 비(非)전통적인 것들로 이뤄져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 조치를 밀어붙이고 있어 각국이 통상 마찰과 환율전쟁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 협력과 역내 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추진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역내 국가 간 상품·서비스 교역과 숙련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뿐 아니라 통화·외환 정책 협력까지 논의할 수 있는 협력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