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 화장품부터 헛개나무 음료까지 우리 천연원료 씁니다
로레알 화장품부터 헛개나무 음료까지 우리 천연원료 씁니다
지난 12일 충북 청주에 있는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SK바이오랜드 생명공학연구소에 들어서자 은은한 한약 냄새가 풍겼다. 연구소 한쪽에는 한의원에서나 볼 수 있는 한방 약재가 빼곡했다. 사영승 선임연구원은 “흔히 잡초로 불리는 쇠비름도 항염 효과가 확인돼 화장품 원료로 쓰인다”며 “500여 개 원료는 상품화를 마쳤고 1500여 개 자연원료 성분을 시험 중”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랜드는 로레알과 시세이도, 아모레퍼시픽 등 글로벌 화장품기업에 천연원료를 공급하는 국내 1위 원료업체다. 숙취해소용 기능성 음료인 ‘쿠퍼스 헛개나무’와 ‘모닝케어’ 원료도 생산한다. 이 회사는 천연 추출물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뷰티·헬스케어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주인의식이 성장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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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랜드는 한국화장품 연구원을 지낸 정찬복 대표(61·사진)가 1995년 설립한 바이오랜드가 모태다. 정 대표는 일본 등 해외에서 수입해 쓰던 화장품 원료를 국산화하기 위해 천연 원료에 주목했다. 2001년엔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신규사업을 모색하던 SKC가 2007년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SK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SKC는 바이오랜드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2014년 추가 지분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SKC는 회사를 키워온 정 대표를 믿고 계속 경영을 맡겼다. 정 대표는 “SK그룹의 가족이 되면서 중국과 미국 등 해외에서의 인지도가 한층 높아졌다”며 “건강식품 분야에서는 자체 브랜드를 활용한 완제품 사업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꾸준한 성장의 원동력을 임직원의 주인의식에서 찾는다. SK바이오랜드는 매달 직원 월급에서 5%를 떼고, 회사도 5%를 보태 직원 이름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그는 “고참 직원은 이미 수억원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내 회사라는 마음을 갖게 되면서 이직률도 동종업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지화로 ‘사드 위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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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업계는 올 들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판매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바이오랜드도 올해 경영 실적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정 대표는 중국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2014년부터 중국 장쑤성 하이먼시 공장에서 히알루론산 등 화장품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1공장 바로 옆에는 연간 1억 장의 마스크팩을 생산할 수 있는 2공장도 짓고 있다.

정 대표는 “사드 여파로 중국 화장품 업체들의 생산량이 늘면서 하이먼 공장의 원료 매출이 작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연말부터 바이오셀룰로스 마스크팩으로 중국 현지 매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랜드는 충북 오창 공장에서 연간 750만 장의 바이오셀룰로스 마스크팩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바이오셀룰로스는 미생물 배양을 통한 발효 공법으로 제작한다. 흡착력이 뛰어나고, 보습 효과가 좋아 고급 마스크팩으로 꼽힌다. 면세점 등에서 장당 1만원에 팔리는 설화수 브랜드의 마스크팩도 아모레퍼시픽에 공급하고 있다.

중국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천연원료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SK바이오랜드는 지난해 12월 항염과 항균 효과가 탁월한 비자열매를 공급받기 위해 중국 절강성 주지시에 합작회사를 세웠다. 비자열매가 피부에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소비자 수요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는 비자열매를 활용한 화장품과 건강 기능식품 소재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송=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