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편의점 승부수…'간판 바꿔달기' 전략 통할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13일 내놓은 '위드미' 편의점 구하기 작전은 간판 교체였다.

이날 신세계위드미는 편의점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브랜드명을 emart24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최고 브랜드 가치를 가진 이마트 네임 밸류를 이용해 부진한 위드미를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3년 간 3000억원을 투자해 매장을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지난 5월31일 편의점 사업을 살릴 '깜짝 놀랄 만한 변화'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던 것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랜드 교체는 신세계의 위드미 인수 이후 꾸준히 제기되던 방법이고 3000억원 투자 역시 대부분의 금액이 브랜드 교체 비용으로 쓰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우선 연 1000억원의 투자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대부분이 CI와 간판 교체, 기존 매장의 보수에 쓰이는 만큼 추가로 다른 확장 방안을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 매장을 프리미엄 매장으로 꾸미겠다는 발표 역시 구체적이라기보다는 '두고 보자'는 식이다.

김성영 emart24 대표는 이날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프리미엄 매장이라 해서 창업비용이나 초기 투자비용이 더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고급 인테리어를 하기보다는 매장과 제품 구성에서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경쟁사들 역시 꾸준히 매장의 고급화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은 그대로 두고 품질만 특화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연 1000억원을 많은 투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프리미엄 매장이라는 것도 모호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날 신세계가 밝힌 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실패없는 창업을 위한 오픈 검증 제도'다. 본사가 편의점을 6개월에서 1년 정도 직영으로 운영한 후 실적이 검증된 시점에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신세계 측은 앞으로 문을 열 신규 매장은 경쟁 브랜드에서의 전환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오픈 검증' 방식으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도는 좋지만 수익이 나는 직영점을 쉽사리 가맹점으로 돌리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계가 밝힌 대로 오픈 검증 제도가 운영된다면 결국 수익이 나지 않는 악성 매장은 직영으로 운영되고 수익이 나는 매장을 가맹점으로 전환하게 된다.

가맹점주에게는 창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좋은 제도지만 결국 본사가 그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는 뜻이다.

수익성이 높은 핵심 상권의 매장을 가맹점으로 전환하지 않고 직영으로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김 대표는 "직영점을 늘릴 경우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이 있을 것"이라며 "직영점은 최소화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도입하기로 한 페이백 제도 역시 본사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점포 상품 발주 대금의 1%를 가맹점주에게 되돌려주는 페이백 제도는 그만큼 본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익이 꾸준히 나고 있다면 이익 분배와 상생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emart24는 현재 4년째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는 브랜드다.

위드미는 2014년 139억6100만원, 2015년에는 262억600만원, 지난해 350억30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127억3000만원의 적자를 내며 적자폭이 늘어나는 추세를 이어갔다. 매장을 늘릴 수록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신세계가 밝힌 emart24의 손익분기 기준은 매장 수 5000~6000개다. 신세계는 올해부터 3년간 매년 1000개씩 매장을 늘려 2019년까지 5000개 매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같은 장밋빛 계획이 모두 이뤄지더라도 최소 3년은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 부회장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함으로 위드미를 emart24로 리브랜딩하게 됐다"고 말했다.

위드미의 변화가 간판 교체에서 그칠 지, 정말 편의점 업계를 놀라게 할 변화를 만들어 낼 지 지켜볼 일이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