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실태와 건전성 점검에 나선다. 중소기업 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데다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계부채에 이어 중소기업 대출에도 ‘경고음’이 켜진 것이다.

이번엔 중소기업 대출 '경고음'…한은 "선제적 위험관리 필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9월 정례 거시금융안정상황 점검회의에서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관리 필요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인 것으로 11일 파악됐다.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지난 3월 말 현재 약 656조원에 달한다. 특히 연매출 10억~30억원인 중소기업 대출 건전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중소기업은 자영업자보다 규모가 크지만 업력이 길지 않아 사업 기반이 허약한 경우가 많다. 부진한 경영 실적과 각종 금융부담 등으로 이들의 연체율 상승이 우려된다는 게 한은 내부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은) 업종 분류가 모호한 데다 은행과 비(非)은행에서 복수로 대출을 받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운 사례가 많다”며 “최근엔 부족한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에 손을 벌리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어 선제적인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미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과 보유자산 축소 여파로 시장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 중소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지면서 연쇄 부실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5월 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85%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 말 대비로는 0.06%포인트 높아졌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황과 맞물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폭증한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잇따라 각종 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중소기업 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취약업종 구조조정 등으로 대기업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데다 가계대출마저 억제된 데 따른 결과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말 340조662억원이던 국내 5대 은행(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363조5080억원으로 늘었다. 1년 새 6.9%(23조4418억원) 증가해 다른 부문 대출에 비해 2~3%포인트가량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일부 은행은 이 기간 10%를 웃도는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