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왜 '살생부' 올랐나"…검찰 '면세점 비리 수사' 초점

검찰·특검 '국정농단' 수사 때는 롯데·SK 구제 배경에 방점…이번엔 원인 규명
관세청 실무자들 '이상한 행동'…김낙회―최상목-안종범-박근혜 '윗선' 관여 주목


감사원이 11일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 위법 사항이 발견됐다면서 관세청 관계자들을 고발 및 수사 의뢰함에 따라 관련 의혹에 대한 '추가 수사' 돌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면세점 선정 과정을 둘러싼 수사라는 점에서 외형적으로는 '국정농단' 수사 일환으로 진행된 앞선 검찰·특검의 '면세점 관련 의혹 수사'와 새로 시작될 '면세점 감사결과 비리의혹 수사'가 유사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거 '1차 수사'는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탈락한 롯데와 SK가 추가 면허 발급을 통해 구제되는 과정에 수사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 시작하는 '2차 수사'는 이보다 앞서 왜 롯데가 부당하게 면세점 사업권을 빼앗겼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어서 양자 사이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수사'로 드러난 롯데·SK 면세점 부활 특혜 정황이 기존 상영작이라면 이번 수사는 시간상 앞선 스토리를 조명하는 속편 영화인 '프리퀄' 격이란 얘기다.

또 기존 검찰·특검 수사는 국정농단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롯데, SK가 뇌물을 제공하거나 요구받은 의혹이 포착돼 이를 들여다보다가 '면세점 허가' 사안이 불거져 살펴보는 형태로 진행됐다.

즉 특정 시기에 거액이 오간 배경을 살펴보니 마침 면세점 탈락 등의 사실이 있었고 이게 '경영 현안'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기업 사이에 논의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이번에 감사원이 넘긴 감사결과는 더 전반적으로 면세점 사업 전반의 과정을 살펴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의 중요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앞서 특수본과 특검팀은 사유화한 K스포츠재단을 통해 롯데로부터 70억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박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비인기 스포츠 인재 육성 및 장애인 스포츠 활성화 사업을 명목으로 SK에 총 89억원의 뇌물을 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특수본과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이 롯데와 SK의 경영 현안과 관련해 도움을 주기로 하고 돈을 받았거나 요구했다고 보고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이러한 경영 현안 중에는 '면세점 부활'도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다.

롯데와 SK는 2015년 면세점 사업자 조정 과정에서 잠실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 사업권을 빼앗겼다.

검찰과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이 작년 2월 16일과 3월 14일 각각 최태원 SK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을 만나 면세점 사업권 박탈에 대한 어려움을 청취하고 추가 사업자 선정 방식으로 이들 회사를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번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 2015년 롯데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2015년 1·2차 선정 과정에 관세청이 평가 점수를 부당하게 계산해 특정 업체는 점수가 높게, 특정 업체는 점수가 낮게 산정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015년 7월 선정에서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호텔롯데를 제치고 신규 면세점으로 선정됐고, 그해 11월 선정에서는 롯데월드타워점이 두산에 밀려 재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향후 검찰 수사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관세청이 왜 이 같은 무리수를 두면서 롯데를 배제했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감사원은 당시 심사에 관여했던 전 서울세관 담당과장 A씨 등 관세청 직원 4명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들은 감사를 받으면서 "실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면서도 해명이 되지 않는 의혹 사항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검찰은 향후 이들이 윗선의 외압을 받고 '롯데 떨어뜨리기'에 나섰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검찰 수사는 당시 김낙회 관세청장과 천홍욱 차장-최상목 기재부 1차관-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박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를 거슬러 올라가는 단계를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관여 정황까지 포착될 경우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와 '롯데 배제'와 관련해 모종의 의사 교환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단계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렇게 되면 검찰의 면세점 감사결과 의혹 수사는 전면적인 '2차 국정농단 수사'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