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하던 '특혜' 파문에 면세점 패닉…구조조정 후폭풍 불까
감사원, 1·2·3차 선정 과정 모두 문제
2015년 이후 시내 면세점 적자 눈덩이


그동안 면세점 업계에 '설'로만 나돌았던 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관련업계에 거센 후폭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가뜩이나 면세점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일이 업계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관세청은 2015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3개 계량항목 평가점수를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거나 적용했다.

이를 통해 1차 선정에서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호텔롯데를 제치고 신규 면세점 특허권을 가져갔고, 2차 선정에서는 두산이 롯데월드타워점을 밀어내고 특허권을 손에 쥐었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관세청의 부당한 평가로 면세 특허권을 한화와 롯데에 넘겨주게 된 것이다.

감사원은 "당시 왜 롯데에 이런 납득 불가능한 불이익을 줬는지 윗선에서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조사했지만 담당자들이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천홍욱 관세청장 등 관세청 담당자 8명에 대해 해임·정직 등 중징계를 요구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또 지난해 있었던 3차 서울 시내 면세점 선정 과정도 부적정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4월 서울 시내면세점 4개를 추가 설치하면서 매장당 적정 외국인 구매 고객 수 등의 기초자료를 왜곡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기획재정부가 나서면서 실제로 필요한 면세점보다 많은 신규면세점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4곳으로는 호텔롯데와 현대백화점면세점, 신세계DF, 탑시티면세점이 선정됐다.

이날 감사원 발표에 대해 한화 측은 "당시 사업자 선정 공고를 기준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며 "면세점 선정과정이나 세부항목 평가 점수도 알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두산은 "2015년 11월 선정 당시 점수도 공개가 되지 않아 상세한 상황을 알 수 없었다"며 "이번 감사원 결과는 공식적으로 언급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난 1, 2차 선정에서 피해를 입은 롯데는 "감사원이 검찰 수사를 의뢰한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이번 감사 결과로 당장 관련 면세점 특허가 취소된다거나 영업이 중단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감사 발표에 이어 검찰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면세점 업계에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업계는 설마설마하던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혼돈에 빠진 상태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업체들마다 충격을 받은 모습"이라며 "검찰 조사에 따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 지 걱정이고 당장 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면세점 업계는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인 여행객 급감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

롯데면세점은 임직원들이 임금을 자진 반납하며 긴축 경영에 돌입했고 한화갤러리아면세점도 최근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했다.

신세계와 신라 등 일부 면세점을 제외하고는 적자에 허덕이는 곳이 늘고 있다. 일부 신규 면세점은 개장을 올해 말에서 내년으로 연기하는 등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관세청은 다음 달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 이들 신규 면세 사업자의 개장 연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면세점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가 10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감사원은 "2015년 이후 개점한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5곳의 지난해 9월 기준 총 영업손실액은 1322억원에 달한다"며 "지난해 12월 선정된 시내면세점 업체가 영업을 시작하는 올해 이후에는 경영악화 상황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민경/김아름/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