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코리아’란 별명을 되찾게 하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한경 밀레니엄포럼 기조강연을 하면서 공정위 역할을 명쾌하게 규정했다. 자신이 직접 만든 ‘경제민주주의 실천과제 및 방향’이란 파워포인트 자료의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경제민주주의는 국민 성장을 달성하고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제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공정 경쟁질서를 확립하고 시장의 다이내믹스를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공정위의 시대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한국 상황을 “경제적 기회가 편중돼 산업생태계의 활력이 저하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삼성·현대자동차·LG·SK 등 4대 그룹 자산이 30대 그룹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재벌이 양극화됐고 중소기업도 수십 년간의 육성정책에도 자생적 성장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한국은 글로벌 기업이 많고 영세기업도 많은데 중간 허리에 해당하는 중소·중견기업은 너무 취약해 샴페인 잔과 비슷하다는 비유가 나올 정도”라며 “이것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4차 산업혁명과 인구절벽 시대마저 도래해 한국 경제는 기존 성장 모델을 넘어 혁신형 경제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상황 인식을 토대로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기회 보장 △재벌개혁 △혁신경쟁 촉진 △소비자 권익 제고라는 네 가지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기회 보장을 위해선 “대기업-중소기업 간 갑을 관계를 공정하게 하는 동시에 협동조합 등 중소기업 간 수평적 네트워크를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개별 중소기업을 골라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기업지배구조는 한순간에 변화할 수 없다”며 “정부는 지배구조 진화를 가능한 한 적은 코스트로 단축시키는 역할에 머물 것”이라고 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