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북경현대 중국1공장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 북경현대 중국1공장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신차 출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올해 중국에선 100만대 판매도 어렵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올 하반기에도 중국에서 고전할 수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량이 반토막이 난 데다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미국 시장마저도 상반기 두 자릿수 가까이 감소세를 보였다. 정몽구 회장이 올초 신년사에서 제시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825만대 목표 설정이 다소 과한 숫자가 돼 버렸다.

지난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선 전략적 협력동반자라는 양국의 공식 관계가 사상누각이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반(反)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은 사드 경제 보복을 철회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중국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절했다. 하반기에도 시장 환경은 녹록치 않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7월 중순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리는 해외법인장회의를 앞두고 하반기 글로벌 시장 대응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매년 그랬듯이 정몽구 회장이 해외 각 지역별 법인장들 60여명을 소집,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지역별 판매 전략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고민은 하반기 중국 시장 대응 전략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상반기 중국 판매 부진 탓에 올해 판매목표 195만대의 절반인 100만대를 넘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연말까지 중국에서 100만대 가까운 판매 물량이 빠질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700만대를 겨우 넘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시장 상황이 어려운 만큼 최근 현대·기아차는 중국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구·개발(R&D), 상품, 마케팅 소속 인원 150명 안팎으로 꾸린 것. 중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TF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신형 ix35, K2 크로스 등 현지 전략형 신차 4종을 새로 투입시켜 반격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사드 보복 등 정치적 영향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중국 토종 업체들에 밀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어서 다양한 마케팅 채널을 강구해야 한다.

중국차 업체들은 가격을 무기로 한 저가 공세 및 반값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 확대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타는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현대모비스의 순정부품이 비싸다는 이유로 값싼 대체 부품 사용을 늘리고 있는 점도 한국차 구매 심리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중국차 업체들과 현대·기아차의 품질 격차가 많이 좁혀진 만큼, 장기적으로 중국 내 조립·생산 품질을 높여야 한다"면서 "현대·기아차의 서비스 부품 교체비가 토종 업체보다 높아 현지에서 병행수입 된 저가 부품 사용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달 넷째 주 발표 예정인 현대·기아차의 2분기 실적은 판매 부진 등으로 개선 폭이 크진 않겠지만 1분기 대비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는 지난 1분기 실적에 세타2 엔진 리콜 충당금이 반영돼 2분기 실적에는 리콜 영향은 없다"면서 "북미 시장에서 최근 판매가 부진하긴 했지만 컨센서스는 1조5000억~1조6000억원 선"이라고 전망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