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사드보복 시정 거부'에 재계 "이율배반" 비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이 요구한 '사드 보복' 시정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자 재계에서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이 올해 들어 다보스포럼 등 여러 국제무대에서 자유무역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잇따라 천명했지만, 정작 한국을 대상으로 치졸한 수준의 경제보복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에서 열린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각종 제약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양국 간 경제·문화·인적 교류가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은 "한국이 한·중 관계 개선과 발전의 장애를 없애기 위해 중국의 정당한 관심사를 중시하고 관련 문제를 타당하게 하기를 희망한다"며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시 주석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만 우회적인 방식으로 표명한 것이다.

이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드보복 관련 해법이 나오기를 기대한 재계는 아쉬움과 함께 시 주석의 태도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중국이 G2 국가로 성장했으나 위상에 걸맞은 행동을 못 하고 있다"며 "국제질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고 주변국이나 약소국에 불합리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은 자국이 잘 되면 주변국과 세계 질서에도 도움이 된다고 느끼게 해야 하는데 오히려 분란을 야기하고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중국은 사드보복을 철회하고, 커진 위상에 부합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베트남 등 제3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 정부는 정치와 경제를 명확히 구분해야지, 감정적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도 "시 주석이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는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국 내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진정 자유무역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사드보복' 이후 관광, 한류, 유통, 자동차, 배터리 등에서 각 분야에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국내 업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4대 그룹 관계자는 "시진핑 주석의 행동은 한마디로 이율배반적"이라며 "G2로서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겠다는 중국이 이처럼 치졸하게 굴면 어떻게 리더십이 형성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중국은 정치를 이유로 경제적으로 보복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비판받는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재계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겉으로는 사드보복 조치가 없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상황에 대해 더욱 우려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장벽 등을 동원해 교묘하게 한국의 수출이나 현지 마케팅을 괴롭히는 방식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제계도 더욱 강력하게 중국 정부에 항의해야 하고 우리 정부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포함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사드 문제에 대해 기존 미·중 관계의 틀을 깨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 같다"며 "안보가 경제에 앞선다고 보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박성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