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중국 현지법인(KEB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지분 일부를 중국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업상 불이익으로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금융업을 영위하는 게 어려워 현지 기업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KEB하나은행, 중국법인 지분 매각 검토
6일 금융계에 따르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최근 서울을 방문한 예젠밍 중국화신에너지유한회사(CEFC) 회장을 만나 각종 금융업무와 관련한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KEB하나은행이 지분 100%를 보유한 KEB하나은행 중국 현지법인의 지분 일부 매각 건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양국 간 갈등 등 민감한 이슈들이 있는 데다 중국 금융당국의 승인문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지분 매각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이 중국 현지법인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것은 성장을 지속하려면 중국 현지기업을 주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KEB하나은행 중국 현지법인의 당기순이익은 2012년 174억원에서 2013년 56억원으로 줄었고, 2014년과 2015년에는 손실로 돌아섰다. 그러나 중국인 직원 수를 늘리고 현지에 특화된 영업전략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28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 은행 직원 중 중국인 비중은 96% 수준에 달한다.

KEB하나은행은 보다 빠른 현지화를 위해 법인장을 중국인으로 바꾸는 등의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2015년 은행장으로 탕궈싱흥 전 지린은행장을 선임하는 작업이 중국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CBRC)의 승인을 얻지 못해 좌절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국 금융당국 의 규제가 강하고, 외자은행에 대해서는 높은 감독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국내 은행 혼자서는 중국 시장에서 영업하는 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중국화신에너지유한회사(CEFC)에 대한 지분 매각 추진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연간 매출이 420억달러(약 48조원)에 달하는 현지 기업을 지분 투자자로 유치하면 보다 넓은 영역의 현지법인 영업이 가능해진다. 금융당국 규제 수준도 현재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KEB하나은행 측과 CEFC는 올초부터 매각 건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업 진출에 관심이 높은 CEFC 측에서 먼저 제안을 해왔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미국 금융서비스 회사인 코웬그룹의 지분 20%를 매입하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KEB하나은행 중국현지법인은 현지 외자은행 중 자산 규모 11위에 해당하며 국내 은행 중 중국 지점이 가장 많다”며 “CEFC에는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느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금융당국의 승인 여부가 관건이다. 우리나라 은산분리와 같이 뚜렷한 규정상 규제는 없지만, 일반 기업의 은행업 진출에 대한 장벽이 높은 편이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CEFC가 금융업을 하던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은행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성급하지 않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3월 북경랑자하나자산관리유한공사에 250억원을 투자해 중국 자산관리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현지 금융시장에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KEB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차원에서는 핀테크(금융기술)를 활용한 새 서비스 도입과 함께 현지화 전략을 지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