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의류 전문점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 겸 사장. /사진=연합뉴스
캐주얼의류 전문점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 겸 사장. /사진=연합뉴스
"어디에서 어떤 상대가 부상할지 모르는 시대" 일침
IT로 물류, 상품 기획 등에 가속도…'정보 제조 소매업' 표방


일본 의류업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68) 회장 겸 사장은 보수적인 일본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과 함께 파괴와 혁신의 아이콘이다.

야나이 회장은 일본 서쪽 변방 출신으로 30년 전 의류업이 사양 산업이라는 인식을 파괴했다.

해외에서 생산한 저가 의류를 빠르게 일본 안팎 시장에 투입해 세계 3위 의류 업체로 성장했다.

그런 패스트리테일링이 현재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한때 65세 은퇴를 언급했다가 2013년 입장을 번복했던 야나이 회장이 최근 "이제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패스트리테일링은 최근 성장률이 둔화했다.

여기에다 야나이 회장이 내걸었던 '의류업계 세계 제일' 목표를 위협하는 적들이 업계 밖에서도 나온다.

야나이 회장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오전 7시, 야나이 회장은 새로운 도쿄 아리아케 사무실에 출근했다.

사무실 겸 전략 거점인 '유니클로 시티 도쿄(UNIQLO CITY TOKYO)'의 식당 의자나 식기까지 그가 선정했다.

야나이 회장은 아리아케 사무실을 회사를 재건하는 무대로 보고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 주의 대부분을 회사 본부가 있는 도쿄 시내 롯폰기가 아닌 아리아케에서 보낸다.

아리아케는 2014년까지만 해도 단순한 창고였다.

하지만 야나이 회장의 변혁 의지 덕택에 창고는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업무를 쇄신해 재구축하는 전략 거점으로 변신했다.

작년 10월 야나이 회장은 2020년 매출 목표를 2조 엔(약 20조3천억 엔)이나 낮췄다.

그러면서도 "지금 현실적인 매출을 토대로 생각하면 3조 엔(약 30조5천억 원)이 타당하다"며 이전과 같은 자신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실제 패스트리테일링은 연결매출에서 미국 갭을 제치고 의류업계 세계 3위가 됐으나 두 자릿수를 보이던 매출증가율은 히트상품 부족 등으로 2년 연속 한 자릿수로 저성장 상태다.

특히 의류의 인터넷통신 판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이 새로운 변수가 됐다.

지금은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판매 회사로 부상했다.

이러한 사업환경 급변에 대해 야나이 회장은 "글로벌화, 디지털화 시대는 어디에서, 어떤 상대가 부상할지 모른다"며 아직은 보이지 않는 적도 경계하도록 직원들을 독려한다.

아시아 공장에서 대량 제조해 선진국에서 파는 제조유통일괄형(SPA) 의류브랜드를 구축한 패스트리테일링도 이제 "낡은 산업이 돼간다"는 이유에서 '정보 제조 소매업'을 목표로 삼는다.

기능성 의류 상품을 낮은 가격으로 파는 원래의 사업 강점에 더해 정보기술(IT)로 철저히 무장해서 물류나 상품 기획의 속도를 더욱 끌어올려 상품이 팔려나갈 확률을 높이려고 한다.

야나이 회장은 IT 인재의 적극적인 채용을 시작했다.

인재 모집에는 절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사장의 지명도까지 활용한다.

우수한 IT 인재들을 모아 '디지털 회사'로 변모하기 위해서다.

2015년 야나이 회장은 편물기계기업 시마정밀기계제작소와 의기투합해 공동 출하 회사 설립을 결정했다.

직접 니트 상품을 만드는 기계를 개발, 선진국에서도 저비용으로 니트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사업이 글로벌화하면 고객에게 상품을 보내는 비용과 기간은 증대한다.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 체제에서 탈출, 세계 지역별 고객에게 특화한 옷만을 제공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승부의 열쇠다.

전환점을 맞은 유니클로는 출범 30년 정도가 됐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세계 각지 점포에서 축적한 접객 노하우로도 최후의 승자가 되려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