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타치 상륙…엘리베이터 격전지 된 한국
세계 5위 엘리베이터업체인 히타치가 철수 18년 만에 한국 시장에 재진출했다. 한국 내 초고층 엘리베이터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오티스, 일본 미쓰비시, 독일 티센크루프 등도 잇따라 국내 투자를 확대해 한국을 둘러싼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에 공장 설립 목표”

4일 투자은행(IB)과 엘리베이터업계에 따르면 일본 히타치제작소그룹은 지난달 22일 한국법인 히타치엘리베이터코리아를 신설했다. 자본금은 43억2000만원으로 일본인 가타야마 쓰네아키 씨와 한국인 송승봉 씨가 공동 대표를 맡았다. 본사는 서울 도곡동 캠코양재타워에 자리잡았다. 히타치엘리베이터는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인 국내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송 공동대표는 “앞으로 수년 내에 공장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세계 초고층 엘리베이터시장의 강자인 만큼 앞선 기술력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히타치는 미쓰비시와 함께 일본 내 선두권 엘리베이터업체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며 연간 7만 대 이상 생산하고 있다. 이는 한국 연간 설치대수(4만3000대)를 넘어서는 규모다. 지난달 중국 광저우시 CTF파이낸스센터 빌딩에 초속 21m의 세계 최고속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엘리베이터업계에서 히타치와 한국의 인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히타치는 오티스 전신인 LG산전과 기술제휴를 맺으면서 한국 초고층 빌딩에 기술과 제품을 공급해왔다. 1970년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국내 최초로 초고층 엘리베이터를 공급했고, 1980년대엔 삼성동 무역센터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1999년 LG산전 엘리베이터사업부문이 오티스에 매각되면서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번에 18년 만에 다시 한국에 독자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한국은 매력적 성장시장”

올 들어 글로벌 엘리베이터업계는 한국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 1위인 오티스는 9월 인천 송도에서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와 첨단 생산시설 착공에 들어간다. 오티스는 1999년 LG산전의 엘리베이터 사업부문을 인수한 뒤 기존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겨 국내에선 판매만 해왔다. 하지만 한국 시장 점유율에서 현대엘리베이터(1위)에 이어 티센크루프에까지 밀리면서 생산기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분석이다. 세계 3위인 티센크루프는 지난해 충남 천안 공장을 스마트 설비로 바꾸기 위해 100억원을 투자했다. 세계 6위 일본 미쓰비시도 지난 2월 송도국제도시에 300억원을 투자해 엘리베이터 제조 및 연구개발시설을 착공했다.

글로벌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한국이 중국, 인도 다음으로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시장(중국)과 인접해 있어 수출에도 이점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의 엘리베이터시장은 매년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라며 “고령화로 저층 건물의 엘리베이터 수요가 많아지고 도시 재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안대규/정소람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