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철 "한국의 투자유치 경쟁국은 태국·폴란드…인건비·세제 등 냉정하게 보면 매력 없다"
“외국 기업이 한국 투자를 결정할 때 비교하는 나라는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이 아니라 폴란드 베트남 태국 등과 같은 신흥공업국입니다.”

김진철 한국외국기업협회(FORCA) 회장(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한국이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려면 어떤 나라들과 경쟁하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예를 들어 태국은 외국 기업이 고도기술 관련 투자를 하면 13년 동안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반면 한국은 절반 수준(7년)의 세제 혜택만 제공하고 있는데, “한국 당국자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인건비와 세제 등을 고려하면 한국의 투자 매력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법인세율(과세표준의 24.2%)은 산업 구조가 비슷한 독일(15%) 영국(21%)보다 높다”며 “더욱이 처음 투자를 유치할 때는 이런저런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막상 가동에 들어가면 규제를 강화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외국 기업을 ‘먹튀 자본’으로 바라보는 한국 내 차별적 시선도 걸림돌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외국 기업은 지난해 한국 내 기업 매출의 13%, 수출의 18%, 고용의 6%를 담당하고 있는 당당한 경제주체”라며 “외국 기업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정부도 외국 기업의 건의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화학회사 솔베이의 한국법인을 이끄는 김 회장은 지난해 새만금 산업단지에 타이어 마모를 줄이는 친환경 특수소재인 ‘실리카(Silica)’ 생산공장을 세웠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아시아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다고 귀띔했다. 1200억원을 투자해 건설한 이 공장 덕분에 신규 일자리 580여 개가 생겼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1000억원이 넘는 투자가 이뤄진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