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사전 감시 땐 생태계 교란 우려, 네거티브 규제로 시장 간섭 최소화해야"
“블록체인(분산형 전자금융 거래장부) 등 4차 산업 발전에 가장 큰 장애물은 규제입니다. 부작용을 막겠다고 사전에 규제 장벽을 쳐놓으면 생태계가 교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연구원과 김앤장법률사무소 주최로 열린 ‘금융서비스 부문 간 컨버전스와 4차 산업혁명: 규제적 대응’ 토론회 주제발표자로 나와 “한국 기업들이 규제 탓에 ‘절름발이’ 상태로 글로벌 시장에서 싸우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블록체인은 1991년 미국 벨코어연구소의 스튜어트 하버가 처음 구상한 디지털 정보(데이터) 기록, 저장 방식이다. 지금은 디지털 정보가 대형 컴퓨터(서버)에 보관된다. 이에 비해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상의 모든 컴퓨터에 정보가 동시에 저장된다. 정보가 생길 때마다 이를 기록한 수많은 복사본이 생겨나 해킹 등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블록체인 사전 감시 땐 생태계 교란 우려, 네거티브 규제로 시장 간섭 최소화해야"
이 연구원은 최근 금융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블록체인 열풍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제 송금은 각각 장부를 확인하고 승인하는 데 2~3일이 걸린다”며 “블록체인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 거래 즉시 기록이 동시에 생겨나기 때문에 3~5초면 거래가 가능하다”고 했다.

대출이나 결제 시스템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이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서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개인 간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정보를 공유하거나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며 “중간 유통자가 없다 보니 거래 관련 비용을 전반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보다는 자율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회는 지난해 5월 불간섭주의를 채택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부작용에 대해선 세심하게 모니터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정부도 규제를 사전에 도입해선 안 된다”며 “할 수 없는 업무만 정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가한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 센터장(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은 “신기술·신산업에는 기존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이른바 샌드박스(sandbox)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블록체인 기술 시험단계부터 기술적, 법적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블록체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적용한 해킹 방지 기술. 중앙서버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존 보안기술과 달리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개해 위·변조를 막는다. 핀테크의 핵심 분야로 기존 금융서비스는 물론 상거래 시스템까지 바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