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두 편의 글에서는 기업문화의 정의, 중요성과 특징, 진단 시 점검해야 할 포인트에 대해 알아봤다. 우리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문제를 정의하고, 원인 분석과 체질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과제와 프로그램을 정했다. 이쯤 되면 실행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누가 어떻게 실행해야 효과적일까.

잠시 동계올림픽에 등장하는 봅슬레이 경기를 생각해 보자. 2~4명의 선수가 강철 재질의 썰매를 타고 1500m 코스에 맞춰 썰매를 조종한다. 가장 앞에서 이끄는 선수가 파일럿이다. 커브가 다가오면 제시간에 맞춰 정확히 핸들을 돌려야 한다. 0.1초라도 늦어서는 안 된다. 뒤에 앉은 미들맨과 브레이커는 리더가 제시하는 기준선에 따라 머리선과 무게 중심의 균형을 얼마나 잘 맞추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상황을 해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리더에게 달려 있다. 리더가 모범이 돼 구체적인 가이드를 줘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문화 개선 임원들 인식·행동에 달려

[한경 BIZ School] 기업문화 개선의 성패, 임원 인식·행동에 달렸다
대부분의 구성원이 조직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사람이 누굴까. 바로 내가 속한 조직의 임원이다. 최고경영자(CEO)는 나와는 조금 거리가 멀다. 직속 상사는 오래전에 스타일 파악이 끝났다. 아침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이 ‘임원의 스케줄과 심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한 글로벌 컨설팅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변화 관리에 실패하는 여러 원인 중 80% 넘게 언급된 것이 CEO를 비롯한 임원들의 이해와 지원 부족이라고 한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기업문화 개선의 성공과 실패가 임원들의 인식과 행동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외국계 제약회사 D사의 경우, 회사 규모와 연혁에 비해 대기업 못지않은 기업문화 체계를 갖추고 수년 전부터 전사 기업문화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다. 업계 모범 사례로 제시될 만큼 CEO의 기업문화에 대한 관심과 추진 의지 또한 남달랐다. 그런데 조직 내부적으로 소통의 어려움과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다. 문제는 임원과 일부 중간관리자에게 있었다.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해 보니 기업문화 및 핵심가치에 대한 임원들의 우선순위와 인식 정도가 각기 달랐다. 흥미로운 것은 임원의 인식과 실천 의지가 해당 조직의 팀장과 직원들의 태도와도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한 직원은 “본부별로 완전히 다른 회사에 다니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경영진을 비롯한 계층별 구성원이 각기 다른 수준에서 기업문화와 핵심가치를 인식함으로서 전파 확산에 어려움이 존재했던 것이다.

회사내 조직간 이해와 협력 문화 필요

D사의 임원 입장에서도 답답한 부분은 있다. 큰 방향성에 대해서는 CEO와 특정 조직만 가지고 있고, 구체적인 가이드 없이 각자 의미를 해석해서 조직을 이끌라는 분위기에 일정 부분 부담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례를 떠나 모든 조직의 임원은 나름의 말 못 할 고민이 있다. 성과는 내야 하는데 환경은 말처럼 따라와주지 않는다. 조직에서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구성원의 마음까지 돌보며 몰입하도록 신경 쓰라고 한다. 그러나 임원 스스로가 때로는 회사 전체 관점에서의 시각을 놓치고 방향 감각을 상실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조직 간 경쟁이 아니라 다른 조직 임원의 입장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회사 전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실행해야 할 각자의 역할을 고민하는 것이다.

[한경 BIZ School] 기업문화 개선의 성패, 임원 인식·행동에 달렸다
D사는 실제로 이러한 인식과 공감대를 바탕으로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 맞춤식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시작은 개별 임원을 대상으로 기업문화 진단 결과를 상세히 공유하고, 현황에 근거한 문제 인식과 공감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임원들의 리더십 성향에 따른 성공, 실패 사례 노하우를 공유하며 각자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방향이 정해졌으면 뒤에서 따를 중간 관리자와의 구체적이며 긴밀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직의 리더는 늘 최선의 성과를 내기 위해 머릿속으로 우선순위를 조정한다. 문화가 성과와 연관되는 일임을 인식하면 임원들은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게 된다. 실행의 열쇠를 바로 그들의 손에 건네주는 것이 기업문화 활동의 진정한 시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양나래 < 경영컨설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