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이 각국 중앙은행에 금리인상을 앞당길 것을 권고했다. 세계 경제성장이 회복세로 돌아선데다 인플레이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5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BIS는 이날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성장이 곧 장기 평균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고, 인플레이션율(소비자와 생산자가 지불하는 가격의 상승률)은 중앙은행의 목표치에 근접했다고 진단했다.

BIS는 정책 입안자들은 경제전망을 상향시키고 저금리 기조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되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높은 부채수준과 낮은 생산성, 정책화력 약화에 따른 위험성이 남아있는 만큼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BIS는 새로운 방식의 근로 관행과 신기술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치에만 집중하지 말고 시야를 금융시장의 환경으로 넓히면 금리인상 주기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현송 BIS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고려해야할 유일한 변수는 아니다"며 "적어도 금융발전 같은 환경 변화에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10여년 전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1%에서 5%로 올리는데 2년이 걸렸지만, 지금의 순환 주기에선 금리 1%포인트를 올리는데 18개월이 걸린다.

BIS는 중기 관점에서 네 가지 위험요인을 꼽았다. 첫째 금리인상을 압박하고 성장세를 꺾을 정도의 갑작스런 인플레이션이다. 이런 전형적인 전후 시나리오 상황은 지난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신 연구원은 “주요국이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놀랄 정도로 인플레이션과 임금인상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첫 번째 시나리오의 발생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밖에 △보호무역주의 △금융 사이클의 수축 국면과 연관된 재정 긴장 △민간소비 약화가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이중 보호무역주의가 글로벌 경제에 가장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BIS는 지적했다. 보호무역주의가 재정적 긴장을 촉발하고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운송업계 보고에 따르면, 미국이 멕시코나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매기면 비싼 수입품을 사야하는 미국 근로자들의 인건비는 6% 깎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BIS는 1930년 국제금융 안정을 위해 스위스 바젤에 설립됐다. 은행의 리스크 증대에 대처하기 위해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규제에 관한 국제적 통일 기준을 정했다. 지금은 유럽 각국의 중앙은행간 거래의 환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