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지주사 전환…책임경영 강화
SK케미칼이 1969년 회사 설립 이후 48년 만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이 회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사진)이 이끌고 있다. 그룹 내 형제간 경영 범위를 명확히 나눠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3남으로 독자경영을 해온 최 부회장이 본격적인 계열 분리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주사 전환 어떻게

SK케미칼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SK케미칼 홀딩스(가칭)와 SK케미칼 사업회사(가칭)로 조직을 분할하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SK케미칼-SK가스-SK디앤디’로 이어지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사업 비중이 큰 SK케미칼을 지주사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SK케미칼이 인적 분할을 통해 기존 존속법인은 지주사(SK케미칼 홀딩스)로 전환하고, 사업회사는 신설회사(SK케미칼 사업회사)로 설립한다. SK케미칼 홀딩스는 자회사 관리에 집중하고, SK케미칼 사업회사는 기존 화학·제약사업에 주력한다.

SK케미칼은 경영 효율성 극대화와 주주가치 제고, 사업 전문성 제고를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SK케미칼이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었으나 SK가스와 SK건설 등 사업 분야가 다양해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어왔다는 것이다.

SK케미칼 홀딩스는 향후 SK케미칼 사업회사와 SK가스, SK플라즈마 등을 자회사로 하는 지주사 형태로 전환된다. SK(주)와 함께 보유하고 있는 SK건설 지분(28.25%) 문제도 해소할 방침이다. SK케미칼은 지주사 전환 첫 단계로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을 소각 또는 매각하기로 했다. 보유 자사주 13.3% 중 배당가능이익을 재원으로 매입한 8%(193만9120주)는 소각하기로 했다. 관련 법상 임의 소각이 제한되는 합병으로 취득한 자사주 5.3%(129만7483주)는 시장에서 매각할 계획이다. SK케미칼은 오는 10월27일 주주총회를 거쳐 12월1일자로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게 된다.
SK케미칼, 지주사 전환…책임경영 강화
◆‘따로 또 같이’ 가나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력 계열사들은 최 회장과 최 수석부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사촌지간인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은 각각 SK네트웍스와 SK케미칼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SK케미칼 지주사 전환작업이 완료되면 최태원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는 지주사인 SK(주)와 최창원 부회장이 경영하는 SK케미칼로 구분될 예정이다. SK그룹이 사실상의 계열분리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창원 부회장은 2006년 12월 SK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은 뒤 10년 넘게 독립 경영을 펼쳐왔다. 최 부회장이 최대주주(17.0%)로 있는 SK케미칼은 최태원 회장의 지분(0.05%)이 거의 없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그동안 최 부회장의 독립 경영에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계열분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월 고 허완구 승산 회장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분 관계가 없으면서도 SK브랜드를 사용하는 느슨한 연대 형태의 지배구조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사실상 계열 분리를 시사했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이 당장 계열분리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SK의 브랜드 파워가 높고, 최창원 부회장이 계열 분리를 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SK케미칼 측도 “이번 지주사 전환은 경영 효율성 극대화 차원의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보형/고재연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