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이 결정된 21일 중국 베이징의 한 증권사에서 두 여성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이 결정된 21일 중국 베이징의 한 증권사에서 두 여성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중국 주식시장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시가총액 기준)지만 개방폭이 크지 않았다. A주는 증시 비중이 99%에 달하나 외국인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투자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2%에 불과하다. 중국 증시가 국제금융시장에서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린 이유다.

그런 A주가 21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로의 편입이 결정됐다. 중국 증시가 글로벌 무대에 본격 데뷔할 수 있는 계기를 잡았다.

◆‘4수’ 끝에 관문 통과

A주의 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은 중국 정부와 증시 관계자들의 ‘숙원사업’이었다. 중국 언론들은 이날 새벽 미국 뉴욕에서 전해진 A주의 편입 소식을 속보로 타전했다.

신화통신 제일재경일보 등은 “중국 A주가 네 차례 시도 끝에 MSCI의 관문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MSCI의 결정을 환영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대외개방 확대를 경제분야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은행 대출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경제구조를 개편하고,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기 위해선 증시 개방 확대가 필수적이란 판단에서였다.

때마침 MSCI가 2013년 6월 A주를 신흥시장 지수 편입 예비명단에 포함시켰다. 기대가 컸지만 2014년부터 작년까지 중국은 3년 연속 고배를 마셨다. ‘경제 발전’과 ‘시장규모 및 유동성’에선 편입요건을 충족했지만 ‘시장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중국 특유의 외국인 투자 쿼터 제한, 자본유출입 제한, 까다로운 환매 절차, 잦은 거래정지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자유롭게 투자하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중국 정부 전방위 노력

중국 A주가 이번에 편입 결정을 받은 데는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노력과 글로벌 투자자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MSCI지수 편입의 걸림돌로 지적된 시장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려고 다양한 개혁조치를 내놨다. 2014년 11월 후강퉁 제도, 작년 12월 선강퉁 제도를 순차적으로 시행해 외국인 투자자가 홍콩거래소를 통해 중국 A주에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쿼터 상한을 폐지하고 특정 종목의 임의 거래정지 기간이 3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미국의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MSCI 측에 A주 편입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추가 개방 이어질까

MSCI의 이번 결정으로 A주의 5%(시가총액 기준)에 달하는 대형주 222개 종목이 내년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될 예정이다. 이 경우 벤치마크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펀드(패시브펀드)들은 중국 A주를 펀드에 편입시켜야 한다.

글로벌 증시에서 MSCI 신흥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펀드 규모는 1조6000억달러(약 1830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신흥시장 지수에서 중국 A주가 차지하는 비중(0.73%)과 향후 펀드 증가 규모 등을 감안하면 중국 증시에 최대 180억달러(약 20조5000억원)가량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A주의 하루 거래량이 4000억~6000억위안(약 66조~100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크지 않은 규모다.

리리펑 시노링크증권 투자전략가는 “MSCI지수 편입으로 유입되는 글로벌 자금 규모는 양동이에 떨어진 물 한 방울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중국으로선 자본 유입에 따른 실질적 영향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MSCI는 향후 10년 내에 A주 주식 전체를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시킨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A주가 완전히 편입되면 외국인 자금 유입 규모는 3400억달러(약 388조원)로 불어날 전망이다. 제일재경일보는 “중국 정부가 증시 개방을 가속화하면 중국 증시는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MSCI지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의 약자로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지수와 더불어 글로벌 증시의 양대 벤치마크 지수다. 선진시장 지수, 신흥시장 지수, 프런티어시장 지수 등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MSCI지수를 기준으로 투자 대상을 결정한다. MSCI 전체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 규모는 11조달러, MSCI 신흥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 규모는 1조6000억달러에 이른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