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묵 SK이노베이션 노동조합 위원장(왼쪽)과 이양수 SK에너지 울산CLX 총괄(오른쪽)이 지난 3월 울산 신정동 남구자원봉사센터에서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 150가구에 전달할 ‘행복꾸러미’를 만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이정묵 SK이노베이션 노동조합 위원장(왼쪽)과 이양수 SK에너지 울산CLX 총괄(오른쪽)이 지난 3월 울산 신정동 남구자원봉사센터에서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 150가구에 전달할 ‘행복꾸러미’를 만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지난 3월31일 울산 신정동 남구자원봉사센터. 이양수 SK에너지 울산CLX 총괄 등 경영진과 이정묵 노동조합 위원장 등 노조 임원을 포함한 30여 명이 생필품과 견과류, 비타민 등 건강 먹거리를 담은 ‘행복꾸러미’를 제작했다.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 150가구에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SK이노베이션 구성원을 대표해 ‘1인 1후원계좌’ 모금 행사를 통해 모금한 1억7500만원도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이는 ‘노사 동행 자원봉사활동’의 일환이다. 이 총괄은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하기 위해 기업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임직원들이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는 많다. 노사가 일회성으로 기부금을 전달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노사가 직접 참여해 매년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사례는 드물다. 특히 울산 지역에서 SK이노베이션의 노사 동행 자원봉사활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적이다. 국내 주요 산업도시로 그동안 격렬한 노사 간 대립을 지켜봐온 만큼 이런 모습이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임금, 복리후생 등 서로 다른 시각에서 대화를 이어가야 하지만, 회사의 생산거점이 있는 울산지역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은 노와 사를 구분할 수 없다는 일념으로 꾸준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이정묵 노조위원장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노동조합이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가 함께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미다.

지난달 17일에는 이정묵 노조위원장과 이동용 SK인천석유화학 노조위원장이 회사를 대신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방문해 ‘2017년 실종아동찾기사업’ 후원금 3억원을 전달했다. 후원금은 통상 회사 관계자가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에는 회사 구성원 모두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한마음 한뜻으로 실종 아동 찾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노사 담당 임원과 노조위원장이 직접 참여했다.

임직원들도 회사와 노동조합의 의지에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월 전 사업장 구성원을 대상으로 벌인 1인 1후원계좌 모금에 역대 최대 규모인 2400명이 넘는 기부자가 몰렸다. 총 모금액은 사상 처음으로 3억원을 돌파했다. 참가자 중 울산CLX 직원이 1139명으로 전체 참여 인원의 절반을 차지했고, 모금액도 1억7500만원에 달했다. SK인천석유화학 노동조합은 1인 1후원계좌에 협력사를 포함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노사의 ‘스킨십’도 늘렸다. 울산CLX에서는 매달 ‘CLX 대청소의 날’이 열린다. 이 총괄을 비롯해 공장장 등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한 달에 한 번 현장을 청소하는 날이다. 함께 현장을 청소하고 둘러보며 현장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의 한 구성원은 “노와 사가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며 “때로는 대립하는 상황도 있지만 좋은 일을 함께하자는 데는 서로 이견이 없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노와 사가 한마음 한뜻으로 자원봉사, 1인 1후원계좌 모금 등에 참여하면서 선진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에너지·화학 분야 글로벌 일류기업의 비전에 맞도록 국내외 사회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