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 1.1%로 '껑충'…냉각된 경기에 군불 역할
막대한 가계부채·체질개선 지연 등 문제점도 낳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국내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등 우려하던 부작용도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1.1%로 껑충 뛰었다.

6분기 만에 1% 벽을 넘으며 0%대 성장률에서 벗어났다.

성장률은 작년 2분기 0.9%에서 3분기와 4분기 각각 0.5%로 떨어졌다가 올해 크게 반등했다.

성장률 전망치도 상승 추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존에 제시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6%를 다음 달 상향 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부동산 시장 가열에 건설경기가 활발해지며 성장률 수치를 끌어올렸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제조업 성장률도 6년 3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브렉시트 등으로 안팎으로 꽉 막힌듯하던 1년 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경기 하강을 우려하며 1년 전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2012년 이래 8번째 금리 인하 조처였다.

금리 인하는 냉각된 경기에 군불을 때는 효과를 냈지만 막대한 가계부채나 경제 체질 개선 지연 등과 같은 문제를 낳았다.

한국은행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신용 잔액은 3월 말 기준 1천359조7천억원이다.

가계부채는 작년 하반기 이래로 3분기 동안 102조원이나 불었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2006년(11.8%)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가계부채는 올해 1분기에도 17조1천억원(1.3%) 증가했다.

이는 작년 1분기(20조6천억원)보다 3조5천억원 적고, 작년 4분기(46조1천억원) 절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증가세가 너무 가파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말 가계부채 규모가 약 1천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최저는 1천380조원, 많게는 1천540조원을 예상했다.

1천500조원은 정부 1년 예산(약 401조원)의 4배 가까운 금액이다.

가구당 7천800만원, 국민 1인당 2천900만원 빚을 지게 된다는 얘기다.

현재 가계부채는 소득 규모에 비해 과다하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 뇌관이다.

통계청 가계 동향 자료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작년 3분기 0.7%에서 4분기 0.2%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1분기 0.8%를 나타냈다.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작년 3분기 -0.1%에서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에는 -1.2%로 각각 떨어졌다.

소득 보다 빚이 빨리 늘면 서민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진다.

우리 경제에도 소비 위축→내수 부진 악순환으로 수출 호조 효과가 고루 퍼지지 않을 수 있다.

돈을 벌어봐야 빚을 갚다 보면 다른 곳으로 눈 돌릴 여력이 없어진다.

지금도 수출과 투자 호조에 비해 내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

1분기 서비스업 성장률은 0.2%로 전분기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 금리 인상에 떠밀려 우리나라 금리도 올라가 이자 부담이 커져서 지금도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빈곤층은 아예 손을 들어버리면 결국 모두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한다.

기업 부문에서는 저금리가 경기 불황과 구조조정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를 내지만 퇴출대상 기업들까지 연명시키는 문제가 있다.

경제 전반에 적절한 순환이 이뤄져야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새로운 기회를 도모할 수 있는데 한계기업들이 '값싼 돈'을 가지고 '좀비'처럼 버티니 신생 기업들이 등장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