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안정에 "통화완화 지속" 천명
'돈줄 죄기'로 선회할 시점에 시장 관심 집중


"경기·물가 상황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이전보다 줄었다.

또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가 기계적으로 따라 올리는 것은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월과 5월의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내린 기준금리를 더 내릴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올릴 상황도 아니라는 뜻이다.

금통위가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하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보면 '동결' 신호는 더욱 명확해진다.

금통위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의결문에서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다소 확대될 것이나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금통위가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지 9일로 1년을 맞는다.

금통위는 작년 6월 9일 열렸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p 내렸고 이후 1년간 기준금리를 더 내리지도, 올리지도 않은 채 같은 수준에서 동결해왔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기 1∼2개월 전에 중앙은행 총재가 금융시장에 암시를 줘 대비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깜빡이(포워드 가이던스)'가 1년간 꺼져있었던 것이다.

2008년 8월 연 5.25%까지 올랐던 한은 기준금리는 금융위기 여파로 급락하는 경기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 2월 2.0%까지 추락했고 2010년 7월부터는 다시 인상돼 2011년 6월 3.25%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한은은 부진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작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0.25%p씩 총 8차례에 걸쳐 현재의 1.25%까지 내렸다.

세월호 사태로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던 2014년엔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대응조치가 한발 늦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통화정책의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년간 한은 기준금리가 동결된 배경엔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렵게 하는 복잡한 국내외 경제여건이 자리 잡고 있다.

부진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기준금리를 더 내렸어야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의 위험성과 내외금리 차 축소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고, 미국과의 정책금리 차이가 줄거나 역전되면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1천360조원의 빚을 짊어진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져 한계가구나 한계기업의 줄도산 사태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최근엔 부진했던 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의 부담은 한결 덜었다.

하지만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 이어 보유자산 축소까지 예정된 데다 국내에선 새 정부 들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까지 강화하면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가계부채 급증세가 충격 없이 진정된다 해도 경기가 계속 호전되고 물가가 오른다면 한은도 지금까지의 장기 동결 기조에서 벗어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는 정치 불확실성 해소와 추경 편성 등 영향일 뿐 근본적으로 우리 내수가 회복됐다고 확신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미금리의 역전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한은의 분위기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